[제10회 박경리문학상 최종 후보자들]<3> 한국 소설가 윤흥길 순진한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동족상잔 6·25 실체 드러내고 산업화시대 약자로 전락한 도시빈민-노동자의 애환 담아
윤흥길 작가는 우리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장마’를 비롯해 전쟁의 비극과 산업화 시대 도시 빈민의 애환을 그려낸 다양한 작품을 발표해왔다. 동아일보DB
윤 작가는 우리 민족의 불행했던 과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과 갈등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서 고통받으며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진솔한 경험을 그들의 시각에서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6·25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들의 경우에도 작가는 생존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속수무책으로 그날그날을 두려움에 떨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보통사람들의 절박한 상황과 불안한 심리 상태를 순진한 어린아이들의 눈에 비친 모습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전쟁의 실체를 실감하게 만든다.
일제강점기 이후 6·25전쟁과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 민족이 겪은 파란만장한 역사와 고유한 정서를 보다 폭넓게 심층적으로 다루면서 윤 작가 특유의 풍자와 해학이 곁들여진 향토색 짙은 작품들을 꼽자면, 사건의 구성이나 등장인물들의 설정에서 단편보다 훨씬 큰 스케일과 긴 호흡이 요구되는 장편소설, 그러니까 ‘에미’(1982년)나 ‘완장’(1983년) 그리고 최근의 ‘문신’(2018년) 같은 작품이 있다.
토속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의 장편소설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인물들의 개성은 특히 서민의 투박한 삶이 그대로 묻어나는 사투리의 효과적인 사용을 통해 두드러진다. 잊혀가는 예스러운 우리말 표현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문장을 세심하게 다듬기로 정평이 나 있는 윤 작가는 50여 년 동안 작가 생활을 하면서 국어사전을 늘 옆에 두고 새로운 단어들을 익히며 작품에 활용하려고 애써왔는데,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함께 평소 접하기 힘든 정감 어린 우리말 표현이 자주 눈에 띄어 소설 읽는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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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윤흥길은…윤흥길 작가는 1942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전주사범학교와 원광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회색 면류관의 계절’이 당선돼 등단했다. 대표작으로 ‘장마’ ‘완장’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등이 있다. 절도 있는 문체로 왜곡된 역사 현실과 삶의 부조리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묘사해냈다는 평을 받았다. 한국문학작가상(1977년), 한국창작문학상과 현대문학상(1983년), 대산문학상(2004년) 등을 수상했다. 2016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됐다.
유석호 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