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댐 하류 지자체 “인재” 주장
12일 전북 남원시 임실군 순창군과 전남 곡성군 구례군 등 5개 지방자치단체장은 ‘섬진강댐 하류 방류 피해 시군단체장’ 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는 수위 조절 실패에 따른 인재”라고 주장했다. 이 5개 시군 외에도 전남 광양, 경남 하동 등 피해 자치단체장들은 13일 환경부 정부세종청사와 대전에 있는 수자원공사를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 “7월 집중호우 때부터 대비했어야”
수자원공사는 12일 브리핑을 열고 “8일 예기치 못한 강우 탓에 (일부 댐의) 방류량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 측은 “시간 단위로 계산했을 때 계획방류량(댐의 안전을 위한 최대 방류량 허용치)은 규정 범위 이내였고 폭우로 홍수가 날 것에 대비해 홍수기 제한 수위보다 댐 수위를 낮게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8일 오후 섬진강댐 하류에 있는 전북 남원시 금지면의 주택과 농경지가 물에 잠겨 있다. 집중호우가 내린 이날 섬진강댐에서는 오후 3시 30분부터 40분간 계획방류량을 초과하는 물이 방류됐다. 남원=뉴시스
수자원공사가 7, 8일 남부지방을 강타했던 폭우에 대비하려면 순차적으로 예비방류를 진행했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7일 정오 섬진강댐에는 초당 255.85t의 강물이 유입됐다. 하지만 이 시각 방류량은 초당 200.02t이었다. 7일 오후 7시 더 큰 폭우가 내려 강물 유입량이 9배가 넘는 2453.99t으로 치솟았지만 방류량은 2배 정도인 402.05t에 그쳤다. 수자원공사는 다음 날인 8일 오후 1시 빗물 유입량이 3401.77t까지 치솟자 1852.88t을 방류했다. 오후 4시부터 4시 10분 사이에는 계획방류량이 넘는 1876.52t을 내보냈다. 조영철 충북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장마전선이 이미 5월부터 중국에 많은 비를 뿌리며 수해를 일으키는 등 사전 이상 신호가 있었는데, 방류 계획을 급하게 잡은 건 아닌지 아쉽다”라고 설명했다.
○ 방류 통보도 늦어 주민들 혼란
수자원공사의 ‘늑장 통보’도 하류 지역의 침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섬진강댐 내부 규정에 따르면 최초 수문을 개방하고 방류를 시작하기 3시간 전에 지자체에 통보를 해야 한다. 이후 방류량을 늘릴 경우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고 돼 있다.
전남도 등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7일 오전 8시 38분 방류량을 약 3시간 후인 정오부터 초당 200t에서 400t으로 늘린다고 지자체에 통보했다. 같은 날 오후 3시 9분에도 3시간 후인 오후 6시 10분부터 방류량을 늘리겠다고 알렸다.
충남 용담댐 하류 지역 지자체들도 수자원공사의 댐 수위 조절 실패로 홍수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보상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충북 영동 옥천, 충남 금산, 전북 무주 등 4개 지자체장은 12일 대전 대덕구 수자원공사 본사를 찾아가 “수공이 용담댐 방류량을 급격히 늘리는 바람에 물난리가 났다”며 항의했다.
구례=이형주 peneye09@donga.com / 대전=지명훈 / 강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