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인근 총격사건에 긴급피신… 생방송 기자회견 이례적으로 중단 설명없이 자리떴다 10분만에 복귀… 50대 남성, 경호원 총에 중상 무기 소지했는지는 확인 안돼… 현장요원들 과잉대응 가능성 제기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50분경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편투표 문제를 언급하던 중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대통령을 피신시켰다. 동석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고위 인사들도 아무 설명 없이 자리를 떴다. 약 10분 후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울타리 근처에서 총격이 있었고 비밀경호국 요원이 무장한 남성을 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취재진이 “또 지하 벙커로 피신했느냐” “겁을 먹었느냐”고 묻자 “세상은 항상 위험한 곳”이라고 답했다.
총격은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와 17번가가 만나는 곳에서 발생했다. 백악관에서 직선거리로 약 200m 떨어져 일반인이 백악관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다. 51세로 알려진 남성은 경호 요원의 총에 맞아 중상을 입고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남성의 정신병력, 범행 동기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첫해인 2017년 한 남성이 야간에 백악관 내에서 17분간 돌아다니다 체포됐을 때 ‘아픈 사람’이라며 의연하게 대처했다. 하지만 인종차별 반대 시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연일 지지율이 하락하자 대통령 본인과 경호 인력 모두 과도한 긴장과 우려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9·11테러나 전쟁 같은 안보 위기가 아닌데도 대통령이 기자회견 중 아무런 설명 없이 돌연 자리를 뜬 것이 과하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공화당의 대선후보 수락 연설 장소로 남북전쟁의 격전지였던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즈버그 혹은 백악관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역풍을 맞고 있다. 두 곳 모두 연방정부 예산이 쓰여 특정 정당의 정치활동 장소로 부적절하다는 의미다. 특히 게티즈버그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명연설을 남긴 곳이어서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한 ‘링컨 후광 효과’에 집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미 3대 도시 시카고의 최대 번화가 ‘매그니피슨트 마일’ 일대에서는 심야에 폭도들이 상점 유리창을 깨고 약탈 행위를 벌였다. 일부 용의자는 총을 쏘며 저항했고 경찰이 대응 사격을 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죽였다’는 잘못된 소문이 퍼져 민심이 더 흉흉해졌다. 역시 미국의 정정 불안 및 지도력 부재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신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