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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율 0.242 박준태가 살아남는 법 ‘눈야구’

입력 | 2020-08-11 03:00:00

홈런 없고 장타율 바닥인데 출루율 0.397
상대투수가 던진 공 42.5%를 ‘볼’로 걸러
선구안 뛰어나 시즌 볼넷 39개 공동9위




타율이 0.242라면 좋은 타자라는 이야기를 듣기 힘들다. 그러나 출루율이 0.397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 이정후의 지난해까지 출루율이 0.397이었다. 그런 점에서 올 시즌 타율 0.369(2위)인 이정후와 같은 팀에서 뛰는 키움 박준태(29·사진)는 특이한 타자라고 할 수 있다. 타율과 출루율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9일 현재 리그 평균 타율(0.274)과 출루율(0.347)의 차는 0.073이다. 박준태의 경우는 0.073의 2배가 넘는 0.155다.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 박준태보다 타율과 출루율 차이가 컸던 건 2001년 롯데 호세(0.168), 1999년 해태 샌더스(0.161), 1992년 쌍방울 김기태(0.159) 등 셋뿐이다.

이 세 명은 모두 ‘한 방’을 갖춘 타자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상대팀에서 ‘장타를 얻어맞느니 볼넷을 내주겠다’는 생각으로 승부를 피하다 보니 볼넷이 늘어나고 그 결과 타율과 출루율 사이가 벌어진 측면이 있다. 박준태는 그것도 아니다. 이번 시즌 볼넷 39개(공동 9위)를 고른 박준태는 아직 홈런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장타율은 0.290으로 바닥 수준이다. 이전까지 출루율 0.397 이상을 기록한 타자 가운데 제일 장타율이 낮았던 건 1989년 롯데의 장효조(0.354)였다.

역대 통산 타율 1위인 장효조는 전성기 시절 ‘장효조가 치지 않은 공은 볼’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그만큼 선구안이 빼어났다는 뜻이다. 박준태도 그렇다. 이번 시즌 상대 투수가 박준태에게 던진 공 962개 가운데 42.5%(409개)가 볼이었다. 박준태보다 볼 비율이 높은 타자는 NC 박석민(42.9%)과 키움 서건창(42.7%)뿐이다.

LG 홍창기(27)도 박준태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타율은 0.252이지만 출루율은 0.395나 된다. 타율과 출루율이 0.143 차이가 난다. 단, 홍창기는 장타율 0.405를 기록 중이기 때문에 박준태와는 또 경우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세이버메트릭스(야구통계학) 바람이 불면서 타율보다 출루율에 무게가 실린 지 오래다. 박준태와 홍창기는 타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눈 야구’를 야구팬들에게 확실히 선보이고 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