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지킴이 변신 ‘뇌섹남’ 타일러, 최근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출간 “물건 살 때 ‘인증마크’ 확인만 해도 기업들 충분히 달라질 수 있어 한국, 기후 문제에 큰 역할 가능”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타일러 라쉬. 그는 “저서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 인증을 받은 종이로 인쇄했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기후변화를 이야기하는 내내 방송인 타일러 라쉬(32)의 커다란 눈이 더욱 크고 동그래졌다. 환경 오염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한시라도 빨리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 머리 좋고 똑똑한 남자)’ ‘한국어를 비롯한 8개 언어 능통자’로 알려진 그는 왜 ‘갑자기’ 환경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로 마음먹었을까. 최근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펴낸 그를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이 책도 ‘물론’ 한글로 썼다.
면적의 75%가 숲으로 둘러싸인 미국 동북부 버몬트주에서 야생 곰, 말코손바닥사슴 등을 보며 자란 라쉬는 자연스럽게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버몬트주는 20세기 초부터 환경 관련 기구를 만들고 100% 재생에너지로 돌아가는 도시를 계획하는 등 환경 이슈에 앞장섰다”고 했다.
체질이 연약해 동물 털이나 각종 과일, 꽃가루 등 많은 알레르기 반응에 시달리며 병원 생활을 오래했지만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와 강아지조차 만질 수 없다는 슬픔이 오히려 동물과 자연에 대한 동경을 품게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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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쉬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멀리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구 온난화의 장본인인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기업 등이 탄소를 덜 배출하도록 소비자들이 똑똑해져야 한다는 것. 그는 “한국 글로벌 기업이 바뀌면 세계시장에도 당연히 영향력을 미친다”며 “한국 소비자가 친환경 제품에 관심을 가지면 전 세계도 변한다.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보다 영토가 작다고 영향력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물건을 살 때 FSC(국제산림관리협의회), MSC(해양관리협의회) 인증 마크를 확인하는 습관만 길러도 기업이 충분히 달라질 거예요.”
그는 “소비자들은 기업을 향해 ‘정보를 알려달라’고 소리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식품에 칼로리를 표기하듯 일종의 탄소배출지수를 공개하는 등 기업이 더 노력하도록 소비자가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다. 라쉬는 “기후변화는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신종 전염병을 유발하는 등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다음 세대도 아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