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프랑스혁명 당시 프랑스 사회는 빈부 격차가 매우 심각했습니다. 빵을 구할 수 없어 굶어 죽는 시민도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왕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1755∼1793·그림)가 이런 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녀가 실제로 이 말을 했다는 명확한 근거나 기록은 없습니다. 정치적 반대 세력이 희생양 삼아 만들어냈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은 지배층의 민중에 대한 몰이해와 조롱이 담긴 상징적 언술로 회자되곤 합니다. 당시 앙투아네트의 발언이 알려졌다면 평민들이 분노했을 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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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정작 자신은 다주택자면서 ‘의식 수준’을 운운하는 것을 보니,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생각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빚내서 전세를 살 수밖에 없는 사람 중에 매월 월세까지 감당할 수 있는 서민이 몇이나 되겠나”라며 실패한 부동산 정책으로 전세 시장을 망쳐 놓고 월세 전환을 준비했다는 논리로 포장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누리꾼들은 “월세에서 전세를, 전세에서 내 집 마련을 꿈꾸는데 황당한 얘기를 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세입자들은 목돈 마련에 도움이 되는 전세를 선호하는데, 집권 여당 의원이 서민의 설움에 무지하다는 지적입니다.
앞서 지난해 1월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취직이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 하지 말고 동남아에 가라”는 말을 했습니다. 야당은 즉각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는 앙투아네트식 사고 아니냐며 꼬집었습니다.
지난해 미국 연방 정부의 셧다운이 장기화됐을 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표현으로 앙투아네트가 소환되기도 했습니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공무원들이 무료급식소나 노숙인 보호소에 가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공무원은 사실상 무이자 수준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들이 대출을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 발언을 두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케이크를 먹으라’의 자세냐”고 반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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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