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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소방관의 열정 잊지 않겠습니다”

입력 | 2020-08-03 03:00:00

급류 휩쓸린 시민 구하려다 순직 김국환 소방장 영결식
3년간 1480회 출동, 540명 구해… 文대통령 “책임감 투철, 모두의 귀감”




2일 전남 순천시 팔마체육관에서 열린 순천소방서 산악119구조대 고 김국환 소방장의 영결식에서 동료 소방관들이 고인에게 마지막 경례를 하고 있다. 순천=뉴시스

“긴급 상황입니다. 구조 현장으로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지난달 31일 오후 2시 50분경 전남 순천소방서 산악119구조대원 소속 김국환 대원(29)의 목소리는 긴박했다. 김 대원은 동료 구조대원 1명과 사고 현장인 구례군 지리산 피아골 계곡으로 달려갔다. 친구 4명과 물놀이를 하던 A 씨(30)가 ‘물에 빠졌다’는 119신고가 접수된 직후였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안전장비를 하고 곧장 구조에 나섰다. 하지만 폭우로 불어난 급류 때문에 몸을 가누기조차 쉽지 않았다. 10여 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안전줄이 ‘툭’ 끊어지면서 김 대원이 급류에 휩쓸렸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18분 만에 구조했지만 병원으로 옮기는 도중 숨을 거뒀다.

김 대원은 고교 졸업 후 육군 특전사에 입대해 중사로 전역했다. 2017년 2월 임용된 후 올 1월 소방교로 승진했고 지난달부터 피서철을 맞아 구례군 왜곡리 초소에서 파견 근무 중이었다. 3년 동안 1480번의 사고 현장에 출동해 540명을 구할 정도로 구조 현장에서 탁월한 활동을 펼쳤다. 평소 주변 이웃을 돕는데도 앞장설 정도로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성격도 밝아 선배들과 잘 어울렸고 후배들도 많이 따랐다. 김 대원은 동료들에게 “내가 세상에 진 빚이 있다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구조하며 갚을 거야”라는 말을 자주했다고 한다.

김 대원의 영결식은 2일 오전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전남도청장(葬)으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김 대원의 유족과 동료, 김영록 전남지사, 정문호 소방청장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전을 보내 고인과 유족을 위로했으며 소방교에서 소방장으로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문 대통령은 정문호 소방청장이 대독한 조전에서 “고인의 투철한 책임감은 모두의 귀감이 될 것이며 그 용기는 국민의 가슴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동료를 대표해 고별사에 나선 고성규 소방장은 “가시밭에서도 꽃을 피워야 하는 소방의 길, 그 길을 숙명으로 여긴 당신은 영원한 소방관”이라며 “국민을 위해 헌신한 당신의 열정이 헛되지 않았음을 영원히 기억하고 가슴속에 새기겠다”고 울먹였다.

영결식을 마친 뒤 고인이 근무했던 순천 산악119구조대에서는 노제가 열렸다. 김 소방장의 유해는 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