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전 세계 확진자가 1600만 명을 넘어 2차 대확산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백신에 대한 기대와 개발 열기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모더나와 화이자는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27일 나란히 백신 3상 시험에 들어갔다. 전 세계적으로 165개 백신 후보 물질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인데 3상 단계에 진입한 것이 6개다. 모더나는 11월경 시험을 마치고 내년부터 한 해 5억∼10억 회 투약분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백신 개발에 5∼10년이 필요하다는 말이 무색한 속도전이다.
▷3상 시험은 코로나 백신 시대의 문턱에 다다랐음을 알리는 청신호다. 먼저 수십 수백 명을 대상으로 안전과 효능을 시험하는 1, 2상을 거쳐 수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마지막 관문 3상을 통과하면 백신 판매가 시작된다. 모더나는 미국 89개 지역에서 3만 명 지원자를 모아 백신과 소금물 플라세보 제품을 주입하는 두 그룹으로 나눠 28일 간격으로 두 차례 접종한다. 피시험자는 물론 시험을 진행하는 의료진도 누가 진짜 백신을 맞았는지 모르게 한다.
▷빌 게이츠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의 한 제약업체를 거론하며 한국이 백신 개발에서 앞서가고 있다고 했지만 ‘격려성’ 발언이다. 한국 업체는 아직 1상 시험도 마치지 못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백신 패권’을 향한 경쟁은 제약, 바이오, 정보기술(IT) 경쟁의 종합 결정판이다. 기업과 연구자의 분발, 사회와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