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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에듀’가 가야 할 길[현장에서/김수연]

입력 | 2020-07-27 03:00:00


한 학교에서 실시간 쌍방향 방식으로 원격수업을 진행 중이다. 동아일보DB

김수연 정책사회부 기자

“교육부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하는 걸 ‘케이 에듀’라고 홍보하죠? 그런데 정작 그 수업에 쓰이는 프로그램은 죄다 외국산입니다.”

본보 취재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바꿔놓은 교육현장을 취재하면서 만난 서울의 한 중학교 교장의 말이다. 코로나19의 혼돈 속에서 2020학년도 1학기를 무사히 마친 한국의 원격교육에 대한 칭찬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플랫폼은 외국산에 의존하는 현실을 꼬집은 발언이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25일 충북 청주시 세종시티오송호텔에서 ‘이러닝 세계화 지원그룹(LEAD)’의 발대식을 열었다. 정보통신기술 전문가와 교사, 에듀테크 기업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조직이다. LEAD는 ‘이러닝 세계화 사업 지원을 위한 전문가 그룹(Leading Educators for Achieving e-learning Development)’의 약자로, 한국형 원격교육 모델과 우수한 에듀테크 솔루션 등을 국제사회에 소개하는 역할을 맡는다.

교육부가 한국의 우수한 시스템을 세계 각국에 소개하고 진출시키는 건 박수 받을 일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케이 방역’과 함께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 교육현장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모습들이 보인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감염병 대유행 상황 속에서 큰 사고 없이 한 학기를 보내긴 했지만 곳곳에 개선할 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교육당국이 제공하는 e학습터와 위두랑 등 플랫폼의 결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들 플랫폼에는 실시간 쌍방향 소통 기능이 없어 ‘줌(ZOOM)’ 같은 외국산 시스템에 기댈 수밖에 없다. 본래 취지대로면 e학습터 안에 있는 동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교사가 ‘끌어오기’ 방식으로 원격수업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하는데, 콘텐츠 자체가 빈약하거나 끌어온 콘텐츠가 제멋대로 뒤죽박죽 나열되는 등의 문제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플랫폼 개선과 더불어 ‘수업 모듈’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플랫폼이 좋더라도 교사의 기술 활용 역량에 따라 수업의 질이 차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정한 템플릿(양식)에 글과 사진, 동영상 등을 넣어 손쉽게 수업 자료를 완성하는 모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막강한 정보기술(IT) 인프라와 인적 자원으로 수업의 ‘유통’을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것은 이미 공인된 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의 원격교육이 선도적인 위치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작’의 질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의 원격교육 시스템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현장 교사들의 비판과 제안을 끊임없이 반영하려는 교육부의 노력이다.

김수연 정책사회부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