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젊은 여성 사이에서 필수품으로 꼽히는 여름 아이템은 라피아 소재의 선캡이다. 라피아 선캡 열풍의 원조는 ‘품절 대란’까지 부른 호주의 모자 전문 브랜드 헬렌카민스키. 놀이터 갈 때도 스타일은 포기할 수 없다는 젊은 유모차 부대서부터 패션에 관심 많은 2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여성의 ‘대세템’이 됐다.
개당 가격이 20만~30만 원을 호가하지만 본격적인 여름을 맞으면 인기 선캡 라인은 품절될 만큼 불티나게 팔린다. 몇 년째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누려왔지만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원 마일 웨어(one mile wear·근거리에서 편하게 입고 나갈 수 있는 패션)’가 뜨며 더 핫해졌다. 페도라, 벙거지 스타일 등 종류가 많지만 올해 가장 인기 있는 라인은 역시 선캡 제품이다.
특히 선캡은 ‘강남 맘 라이딩 룩’ ‘강남교복’으로 불린 몽클레어처럼 ‘강남 맘 등·하원 모자’로 불리기도 한다. 서울 반포에 사는 워킹맘 정모 씨(39)는 “작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올해는 전부 이것만 쓴다”며 “인기 있는 색상은 구하기도 힘들어서 직구(해외 직접 구매)하는 등 난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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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헬렌카민스키 선캡이 큰 인기를 끌자 다른 의류 브랜드에서도 이와 흡사한 디자인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패셔니스타인 배우 공효진도 최근 tvN 예능프로그램에서 라피아 소재로 된 한 의류브랜드의 선캡을 쓰고 나왔다. 선캡 형태는 쓰는 순간 ‘줌마’ 인증이라는 편견이 무색하게 버버리 체크 남방과 청바지에 선캡을 매치해 가볍고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구찌 등 명품 브랜드도 선캡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인 샤넬은 미니 선캡이 장착된 유니크한 디자인의 선글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공개되면서부터 화제를 모은 이 제품은 11월경 실제로 구매할 수 있다.
골프나 테니스 같이 특정한 운동경기 말고는 활용이 제한적이던 스포츠 선캡도 요즘은 산행, 산보 같은 레저활동에서 광범위하게 애용되고 있다. 패션계의 복고 열풍을 타고 운동할 때 레깅스에 두꺼운 스포츠양말을 신거나 1990년대 스타일의 크로스백을 메는 것과 함께 선캡도 필수 아이템이 된 것이다. 티셔츠에 레깅스, 스니커즈와 함께 다양한 컬러의 선캡을 매치해 간편하게 스타일을 살릴 수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