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인정 진술서 제출뒤 연락 두절 市체육회장, 성추행 등 혐의로 고발
고(故) 최숙현 선수에게 가혹 행위를 한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연락 두절 상태인 운동처방사(팀 닥터) 안모 씨의 경주시청 팀 내 행적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최 선수 유족이 공개한 녹취록과 동료들의 증언 등을 통해 안 씨의 가혹 행위 정황은 속속 드러나고 있으나 그가 무자격자인데도 어떻게 팀에 들어와 선수들 주변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지난달 대한체육회에 최 선수에 대한 폭행 사실을 인정하는 자필진술서를 제출한 뒤 자취를 감춘 안 씨는 경주시청 감독이 개인적으로 고용한 신분이라 대한체육회 조사와 대한철인3종협회의 징계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도 8일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에 안 씨를 성추행과 폭행 혐의로 고발하면서 “안 씨와 일면식도 없다. 채용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주변 체육계에서는 경주시체육회 등이 안 씨를 알고도 방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북 지역의 한 체육계 관계자는 “경주시청 소속 운동부를 운영하고 관리, 감독하는 주체인 경주시체육회가 안 씨를 몰랐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감독은 매년 1월 체육회와 협의해 연간 훈련 계획을 세워야 하고 수시로 훈련일지, 선수 부상과 치료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작성해 체육회에 보고해야 한다. 치료 등에 관한 비용을 요청하고 지급하는 과정에서도 운동처방사의 존재와 역할은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 씨는 “선수들이 안 씨에게 심리치료비 등으로 낸 돈 말고도 간식비 등으로도 한 달에 몇십만 원씩 별도로 냈다고 하는데 이 돈의 행방도 밝혀져야 한다. 간식비, 특식비 등도 체육회의 지급 기준이 있다”고 말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 씨가 한 달에 700만 원 정도를 받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현재 경주시체육회 홈페이지에는 직장경기운동부 선수단과 스태프 명단이 삭제돼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