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후유증 치료 새 길…‘기능해리’ 메커니즘 첫 규명

GIST, 김형일 교수 연구팀, IBS·KIST와 공동 연구
별세포 조절로 뇌졸중 후유증 치료에 새길 열어

뇌졸중 후유증을 유발하는 ‘기능해리’의 발생 메커니즘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뇌졸중 연구의 오랜 숙원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뇌졸중 후유증 치료에 근본적인 해법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8일 광주과학기술원(GIST)에 따르면 GIST 의생명공학과 김형일 교수 연구팀이 기초과학연구원(IBS) 이창준 단장 연구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공동연구로 ‘별세포’의 이상변화가 뇌졸중 후 발생하는 기능해리의 핵심요소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혈액을 공급받지 못해 발생하는 뇌졸중은 손상되는 부위에 따라 운동·언어·의식 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남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 특히, 발생한 뇌 부위 뿐 아니라 멀리 있는 다른 부위에도 기능적 변화를 일으키는데 이를 ‘기능해리(Diaschisis)’라고 한다.

기능해리가 나타나면 뇌신경 세포들의 활동성이 낮아져 뇌의 대사와 기능이 저하되지만 그 발생 기전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이 지목한 별세포(astrocyte)는 신경조직을 지지하는 신경 아교를 이루는 세포 중 하나로 아스트로사이트, 성상교세포라고도 한다. 세포체가 작고 여러 방향으로 갈라져 나가는 돌기형이다.

뇌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별 모양의 비신경 세포로, 별세포 수와 크기가 증가해 주변 신경세포에 여러 영향을 미치는 상태를 ‘반응성 별세포’라고 부르며, 이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중풍 등 다양한 뇌질환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신경세포의 점진적인 구조적 또는 기능적 손상을 일으키는 ‘신경 변성’ 부위에서 뇌 신경세포의 한 종류인 별세포가 다른 세포의 활성과 대사를 억제해 기능해리를 일으키는 원리를 규명했다.

연구진은 특히, 반응성 별세포가 뇌졸중 병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백질부에 뇌졸중을 유도한 생쥐의 뇌를 관찰했다. 그 결과 그로 부터 멀리 있는 운동피질에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가 과생성돼 뇌기능이 저하됨을 확인했다. 뇌졸중이 일어나면 반응성 별세포가 가바를 과다 분비해 주변 신경세포 기능을 저하시켜 기능해리를 일으킨다는 의미다.

추가적으로 연구진이 자체 개발해 뉴로바이오젠에 기술이전한 마오비(MAO-B) 억제제 마오비 억제제(MAO-B inhibitor) : 별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 주로 존재하는 효소인 마오비(MAO-B)를 억제하는 약물. 마오비는 별세포에서 가바(GABA)를 생성하는 데 핵심적인 효소로, 마오비 억제제는 별세포의 가바 생성을 억제한다.

연구진이 바이오기업 ‘뉴로바이오젠’에 기술이전해 개발중인 뇌졸중 치료제 후보물질 ‘KDS2010’의 효능도 확인했다.

KDS2010을 실험용 쥐에 투여한 결과, 별세포의 가바 분비가 줄어 들어 운동 피질의 기능해리 현상이 완화되고 운동과 감각 기능이 회복됐다. 별세포 조절로 가바 생성을 억제, 기능해리를 완화하는 원리를 규명함과 동시에 자체 개발치료제의 효능도 실험으로 입증한 것이다.

신경외과 전문의인 GIST 김형일 교수는 “기능해리의 신비를 풀고 뇌졸중을 비롯한 신경학적 질환 치료법 중 하나를 처음으로 제시했다”며 “기능해리를 동반한 다양한 신경학적 뇌질환 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지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IBS 이창준 단장은 “뇌졸중 뿐 아니라 편두통, 뇌종양, 뇌염 등 다양한 뇌질환에 동반되는 기능해리 유발 원리를 밝혀냈다”며 “별세포 조절로 다양한 뇌 질환 후유증 치료에 새 길을 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셀 리포트(Cell reports, IF 8.109) 온라인판에 8일 게재됐다.

[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