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백정현.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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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시즌을 앞두고 백정현(33)은 삼성 라이온즈의 토종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다. 선발진에 약점을 안고 있던 상황에서 지난 3년간(2017~2019시즌) 꾸준한 활약을 보여준 토종 선발자원의 가치는 작지 않았다. 2019시즌에는 데뷔 첫 완봉승, 150이닝 돌파(157이닝) 등 28경기에서 8승10패, 평균자책점 4.24로 커리어하이를 찍어 2020시즌을 더욱 기대케 했다. 개막전으로 치러진 5월 5일 대구 NC 다이노스전 선발도 그의 차지였다.
그러나 결과는 슬펐다. 개막전 6이닝 6안타 4실점에 이어 5월 10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4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다. 종아리 통증으로 부상자명단(IL)에 오르는 등 악재가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복귀전이었던 이달 4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도 4이닝 14안타 1홈런 3삼진 11실점(8자책점)으로 무너졌다. 이 3경기에서 모두 패전을 떠안아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10일 대구 키움 히어로즈전은 백정현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허삼영 삼성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믿음에도 응답해야 했다. 허 감독은 경기에 앞서 “선발투수는 매 경기 부담을 안고 마운드에 오른다”며 “프리에이전트(FA) 자격 획득을 앞둔 선수가 부담 없이 던진다면 거짓말이다. 백정현도 매 경기 소중히 여기며 등판하고 있다. 곧 잘할 것”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허 감독의 바람대로였다. 백정현은 마운드를 지키는 내내 안정감 넘치는 투구로 키움 타선을 잠재웠다. 6이닝 동안(92구) 2안타 2볼넷 4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팀의 4-1 승리를 이끌고 첫 승(3패)에 입을 맞췄다. 최고 구속 143㎞의 포심패스트볼(46개)에 슬라이더(23개), 체인지업(13개), 커브(10개) 등의 변화구를 섞었고, 20명의 타자를 맞아 14차례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며(70%) 볼카운트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초구부터 4가지 구종을 모두 활용하며 키움 타선의 노림수를 빼앗은 점도 주효했고, 좌타자의 몸쪽에서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의 움직임은 일품이었다.
별다른 위기조차 없었다. 선두타자 김하성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허용한 4회를 제외하면 단 한 번도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내지 않았다. 1회 박승규의 솔로홈런으로 만든 1점차의 불안한 리드를 6회까지 유지한 집중력도 돋보였다. 삼성 타선은 6회말 2점을 보태며 백정현의 첫 승 필요조건을 충분조건으로 바꿔줬다. 최지광(7회)~오승환(8회)~우규민(9회)의 불펜도 나머지 3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를 지켰다.
좋았을 때의 밸런스와 팀 승리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백정현이 다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대구|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