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이 해외기업 화상면접을 보기 위해 KOTRA 본사로 들어가고 있다.
송혜미 정책사회부 기자
4, 5년 전에도 아르바이트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불가능하진 않았다. 필자도 4년 전 취업을 준비하며 10여 개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지만 생동성시험 참가는 알면서도 하지 못했다. 모집공고에 적혀 있는 두통부터 중증질환까지 발생 가능한 부작용 목록을 보고 나서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병원에서 만난 청년들의 사정은 달랐다. “겁이 많다”고 자신을 소개한 김모 씨(33)는 부작용이 걱정돼 미리 시험 약품에 대해 따로 공부까지 했다. 중국어학원에서 일하는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수입이 절반가량 줄었다. 다른 정규직 일자리를 찾아 나섰지만 하늘의 별 따기였다.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게 생동성시험이었다. 다른 청년들도 마찬가지였다. 쉽게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니라 “궁지에 몰린 심정”으로 찾았다고 털어놨다.
청년 실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청년들에게 닥친 현실은 더 절박하다. 전문가들은 누적된 청년 실업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한국의 2030세대가 어느 때보다 절망적인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청년실업 대책은 ‘티슈 인턴’을 양산하는 단기 일자리 중심이다. 청년이 바라는 건 경력 개발을 위한 제대로 된 교육과 훈련 인프라 지원 정책이다. 단기 정책도 중요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정책도 함께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책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병원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손모 씨(32)의 말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미 실패한 청년인턴제가 부활하다니…. 청년은 쓰다 버려져도 괜찮은 건가요?”
송혜미 정책사회부 기자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