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의 쥐/댄 라이언스 지음·이윤진 옮김/342쪽·1만6800원·프런티어
옛날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 일대는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이 활약하던 때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인터넷 시대를 구가하고 모바일이 대세가 되면서 변했다. 기술보다 돈에 집착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스타트업을 키워 시장공개로 수익을 챙기는 구조로 바뀌면서 사달이 났다는 것.
그 결과 애플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에 따르면 ‘사기에 가까운’ 세금 회피를 저지르고, 아마존의 물류창고 노동자는 혹사를 당하며, 우버는 열악한 업무 환경으로 운전자를 착취하고, 테슬라는 직원 대우가 형편없으면서도 창업자나 최고경영자는 수백억∼수천억 자산가로 살고 있다고 책은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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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을 훌쩍 넘긴 저자는 미국의 치부에 거침없이, 때로 균형감을 잃은 자기 확신에 가득 차 카메라를 들이대던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를 떠올리게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상을 쫓아가지 못하는 장년의 비애가 몇몇 문장에서 느껴지기도 한다. 현란하게 성장하다 손실을 보고 흐지부지되는 유니콘(시장가치 1억 달러를 돌파한 스타트업)보다 지속가능한 번영을 사용자와 노동자, 그리고 소비자가 같이 누리는 ‘얼룩말’을 지향해야 한다는 결론은 다소 뻔하지만 경청할 만하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