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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 후엔 日기업 국내자산 현금화 명령 가능… 한일 격랑 예고

입력 | 2020-06-04 03:00:00

법원, 일본제철 자산매각 절차 착수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12월 24일 중국 청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만나 한일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15개월 만에 아베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당시 문 대총령은 “일본이 취한 (수출규제) 조치가 (지난해) 7월 이전 수준으로 회복돼야 한다”고 했고, 아베 총리는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 대화로 해결하자”고 말했다. 동아일보 DB

한일 관계의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압류결정문 ‘공시송달’ 결정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전범기업 자산 매각에 대한 보복 조치를 예고해 온 만큼 한일 관계는 지난해 11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결정 이전의 갈등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실제 현금화가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그동안 한일 정부 및 정치권 간의 모종의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1일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에 대해 자산 압류 관련 서류를 공시송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관련 서류를 송달했음에도 일본 외무성이 이를 접수하고도 당사자에 전달하지 않자 법원 직권으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서류가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송달을 진행한 것. 실제로 압류 관련 서류가 송달된 것으로 간주되는 때는 8월 4일 0시 이후로, 이후 법원은 채무자 심문 과정 등을 거친 뒤 현금화 명령을 최종적으로 내릴 수 있게 된다. 8월 4일을 기점으로 현금화 과정이 사실상 시작되는 것이다.

결국 향후 두 달 안에 한일이 승소자 및 패소한 일본 기업과 함께 모종의 합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한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한일 간 이견으로 지난해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가 취해졌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및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한 차례 내리기까지 했던 만큼 강제징용 이슈가 다시 불붙을 경우 양국의 연쇄적인 ‘상호 보복 조치’가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2일 한국은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반발하며 잠시 중단했던 WTO 제소 절차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만약 현금화 조치로 일본이 한국에 대해 더 강경한 보복 조치를 꺼내 든다면 최악의 경우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다시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상은 3일 강경화 외교부장관과의 통화에서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에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사법부 판단은 정부와는 무관하다”면서 “일본이 여전히 소극적이고 계속 협상을 미루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일본의 조치들을 살펴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실제 현금화가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남은 것으로 보여 상황 관리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엔 아직 늦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8월 4일까지도 약 두 달의 시간이 남아 있고, 이때가 지난 후에도 실제 현금화 명령까지 진행되는 데 기술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한일이 다시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을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사정에 정통한 일본 소식통은 “(일본이) 공시송달 자체를 크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8월 초 효력이 발생하는 거라서 오늘 당장은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사정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실제 현금화는 빨라도 연말이나 돼서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더 늦춰질 수도 있다”며 “남은 시간 동안 노력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대화의 채널을 격상시켜 한일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으면 안 된다는 인식을 일본과 공유하고 실질적으로 문제를 풀려는 의지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자는 차원에서 제기됐던 문희상 전 국회의장 주도의 중재안 등도 있었던 만큼, 결국 한일 정치권 차원에서 중재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기재 record@donga.com·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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