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찬성론자들은 모든 국민에게 동일 액수의 기본소득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면 빈곤층의 안정감이 높아지고 더 적극적으로 취업에 나설 것이라고 생각한다. 핀란드 실험에서는 이런 기대가 입증되지 않았다. 스위스에서는 2016년 전 국민에게 매달 2500스위스프랑(약 320만 원)의 기본소득을 주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근로의욕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국민이 많아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이렇게 검증되지 않은 제도지만 한국 정치권에선 주도권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3일 “당이 ‘실질적 자유’를 어떻게 구현해 낼지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질적 자유’는 기본소득 이론 체계를 구축한 벨기에 경제학자 필리프 판파레이스가 쓴 개념이다. 김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시절인 2016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세계적으로 불평등 격차를 해소하는 방법의 하나로 기본소득 논의가 시작됐다는 걸 매우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여권 역시 2022년 대선의 어젠다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는 기본소득 주제를 놓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소병훈 의원은 ‘기본소득에 관한 법률 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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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여러 선진국이 기본소득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수백 년에 걸쳐 복잡해지고 효율성이 떨어진 복지 시스템을 기본소득 도입을 통해 정비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 논의되는 기본소득은 기존 복지체계에 ‘선심성 돈다발’을 추가로 얹는 형태다. 여야는 기본소득 논의를 본격화하기 전에 현재의 복지체계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