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구원 주차 수요 보고서 주차료 비싼 도심 피해 외곽 주차… 서울지역서 차량 이동거리 1대당 24km 더 늘어날 가능성… “환승 등 교통정책 재조정 필요”
지난달 12일 서울 마포구 상암문화광장에서 열린 자율주행 모빌리티 실증 발대식에 셔틀버스, 승용차 등 각종 자율주행차가 전시돼 있다. 서울시는 이달 중 상암동 일대를 운행하는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시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이용자는 더 이상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차 안에서 쉬거나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교통사고 감소 등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반면 대도시의 경우 도로 위의 차량 증가로 교통 정체 등 각종 혼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서울시 자율주행차 주차 수요 관리 방안’ 보고서에서 “자율주행 기술의 대중화는 교통수단 사이 환승 패턴과 주차 패턴에 많은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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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이 차량 등을 이용해 도심(종로 중구)을 통과하는 1000명에게 물은 결과 응답자의 68.3%는 도심 통과 시 자율주행차로 바꿀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현재 승용차를 이용하는 이들의 자율주행차 전환 의향 비율이 83.7%로 대중교통 이용자(58.2%)보다 높았다.
자율주행차 전환 의사가 있는 이들의 과반은 도심 목적지가 아닌 근교에 차를 주차하겠다고 답했다. 자율주행차 전환 의사가 있는 승용차 이용자의 65.5%, 대중교통 이용자의 67.3%가 각각 이같이 응답했다.
이는 완전 자율주차 기능이 있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보고서는 “도심 방문 체류 시간이 2시간 이상이면 바로 근처보다 10∼30분 거리 주차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이 파악한 종로구와 중구 등 도심의 기본 주차요금은 분당 66.2원으로 서울시 평균(분당 34.8원)의 배 가까이 비쌌다. 반면 도심 인접 지역(동대문 마포 서대문 성동 성북 용산 은평구)과 그 밖의 서울시내 기본 주차요금은 각각 33.6원과 31.7원으로 평균보다 낮았다. 출퇴근 때 주로 차량을 이용하는 이들로서는 비싼 주차비를 내면서까지 도심에 차량을 두기보다는 주차비가 싼 지역에 자율주차하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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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자율주행차 전환 수요를 고려한 단계별 교통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종로구나 중구, 강남, 여의도 등지는 도심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자동차 유입 총량제를 시행하며, 도심 인접 지역에는 대중교통 환승 유도 시설이 교통량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김원호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역별 구분을 두는 ‘조닝(Zoning)’ 개념의 단계별 자율주행차 통행과 주차 수요 관리 정책을 통해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