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 나비클럽 출판사 대표
―공상균 산문집 ‘바람이 수를 놓는 마당에 시를 걸었다’ 중.
구례 화엄사 뒤편 대나무숲길을 지나면 나오는 작은 암자에서 공상균 작가는 노스님의 분홍색 찻잔을 보았다. 청춘을 수행으로 다 보낸 노스님께 마음이라도 젊게 사시라고 한 신도가 선물한 것이다. 찻잔의 주인은 그곳에 없고 밖은 홍매가 붉게 빛나는 계절. ‘문만 열어도 분홍 천지인데 방 안에 또 분홍을 두고 갔으니, 몸은 늙는데 마음 더욱 젊어오는 따뜻한 저 형벌을 어쩔 것인가’라고 작가는 썼다. 이 구절을 읽으며 나는 무릎이 꺾였다.
끝 간 데 없는 광활한 경치나 아름다운 것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 나를 가두고 있던 한계를 느끼고 나를 옥죄던 그 한계에서 놓여나는 느낌 때문이다. 내가 갇혀 있던 한계를 느끼는 순간 알게 된다. 그 한계가 ‘나’를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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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은 나비클럽 출판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