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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상점도 피해… “마네킹 옷까지 싹 털려”

입력 | 2020-06-01 03:00:00

[美 ‘흑인사망’ 시위 확산]
‘1992년 LA폭동’ 재현될까 불안… LA 통행금지로 항공기 운항 차질




미국에서 인종 차별 시위가 확산되면서 한인 교포들에게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스포츠웨어 상점을 운영하는 임진영 씨는 31일 채널A와의 통화에서 “직원들한테 도망갈 준비를 하라고 하고 문을 다 잠그고 불을 끄고 있었다. 그랬더니 젊은이들이 와서 큰 나뭇가지로 창문을 부쉈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이어 “4, 5시간 동안 보이는 건 다 박스째 가지고 갔다”며 “마네킹이 입고 있던 옷들까지 가게 물건을 싹 털어갔다”고 말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도 한인이 운영하는 한 음식점에서 시위대가 기물을 파손하고 현금을 가져가 2만∼3만 달러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미니애폴리스에 거주하는 한인은 약 1만 명, 애틀랜타는 10만 명 규모다. 31일 외교부에 따르면 미니애폴리스와 애틀랜타 지역에서 각각 5건과 2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미국 내 가장 많은 한국 교민(67만 명)이 모여 있는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시위 확산으로 통행금지령이 내려지면서 교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한 교민은 유튜브에서 “한인타운 쪽으로 시위가 확산될 수 있다. 상점 주인분들은 피해를 막기 위해 ‘흑인 삶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구호 등을 창문에 꼭 붙여 달라”고 당부했다. 다른 교민은 이 영상에 “1992년 LA 폭동 같은 상황이 재연될까 걱정이다. 그때 피해를 본 한인들의 눈물 흘리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댓글을 달았다.

대한항공은 당초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오후 11시 50분 LA를 출발해 1일 오전 5시 10분 인천에 도착할 예정이던 KE-012편의 이륙을 12시간 늦췄다. LA 도심의 통행금지로 승무원의 이동이 어려워졌고 안전까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LA 총영사관은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일부 지역에) 과격 시위가 벌어져 경찰 차량이 전소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인근 지역을 방문 중인 동포들은 속히 해당 지역을 벗어나 달라”고 권고했다.
임보미 bom@donga.com·한기재 기자·박수유 채널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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