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영의 역설/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외 2인 지음·이경식 옮김/472쪽·1만9800원·부키
암과 싸우면서도 세상의 변화를 이루기 위한 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파괴적 혁신’ 이론의 창시자이자 혁신적 경영자들의 스승이었던 그의 마지막 꿈은 아이들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말자는 사랑에 닿아 있었다. 부키 제공
크리스텐슨이 평생 숙제로 여긴 질문은 ‘왜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였다. 그는 서문에서 “어째서 어떤 나라는 번영의 길을 찾는데 다른 나라는 여전히 가난의 질곡에서 헤어나지 못할까”라고 묻는다.
저자들이 찾은 해답은 ‘시장 창출 혁신(market-creating innovation)’이다. 이는 혁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첨단 기술이나 뛰어난 제품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떤 조직이 노동 자본 원재료 그리고 정보를 한층 더 높은 가치의 재화와 서비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근본적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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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말 모 이브라힘이 아프리카에 이동통신회사를 세우겠다고 나섰다. ‘하루 세 끼조차 사치일 수 있는 곳에서 휴대전화가 가능할까’ ‘존재하지도 않는 시장을 위해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 아닌가’ 같은 의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가난뿐 아니라 ‘기회’를 본 이브라힘의 눈은 달랐다. “어머니에게 소식을 전하려면 7일을 꼬박 걸어가야 한다. 어떤 기기 하나로 이게 가능하면 그 가치는 얼마일까?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이 절약될까?” 1998년 셀텔을 창업한 그는 6년 만에 아프리카 13개국에서 고객 530만 명을 확보했다. 좀 오래된 기록이지만 2005년 셀텔의 가치는 34억 달러였다.
#공저자인 오조모의 실화다. 그는 오전 3시에 일어나 땔감을 모아 장터에 팔고 물을 길어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에티오피아의 10세 소녀 아마레치 이야기를 접한 뒤 비영리단체 ‘가난은 이제 그만’을 설립했다. 그는 모금한 돈으로 고국 나이지리아에 우물 5곳을 만들었다. 6개월 뒤 우물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았다. 지금은 1곳만 정상 운영되고 있다.
저자들은 혁신의 토양을 만들기 위해 먼저 인프라와 제도를 구축하고 부패를 척결해야 한다는 접근법에 반대한다. 셀텔 사례처럼 시장 창출 혁신이야말로 일자리와 수익, 사회의 문화를 바꿀 잠재력을 낳을 수 있고 새로운 성장엔진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모르몬교) 신자인 크리스텐슨은 1971∼73년 춘천과 부산에서 ‘구창선’으로 불리며 선교 활동을 했다. 한국이 이룬 기적에 대한 자부심, 그럼에도 한국인은 행복한가에 대한 우려가 책에 여러 차례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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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식 문화전문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