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골프를 중단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76일 만에 필드에 나간 것은 경제 재개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2014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에볼라 사태 당시 골프를 쳤던 것을 비판한 그의 트윗 글이 회자되고 있다. 이런 ‘내로남불’ 행태가 없다.
▷문제는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트럼프식 정의가 미국 공직사회를 지탱하는 가치인 정직과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세금으로 인맥 관리용 만찬을 즐기고, 보좌관에게는 반려견 산책과 세탁물 수거 등 사적인 심부름을 시켜 ‘갑질’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러시아 스캔들’ 위증으로 유죄가 인정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기소를 취소해 사법 정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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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골프를 쳤던 이들을 인터뷰해 ‘커맨더 인 치트(Commander in Cheat·속임수 사령관)’란 책을 쓴 스포츠 기자 릭 라일리는 “트럼프가 골프를 치듯, 그러니까 규칙은 마치 다른 이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처럼 대통령직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지적해야 한다”고 했다. 골프에서 속임수를 써서라도 그저 이기는 데만 몰두하는 것처럼 국정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안전은 안중에 없고 가족을 잃은 슬픔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그의 행보가 곱게 보이지 않는다. 공직자로서 책임과 윤리, 헌신이 없는 대통령 한 명이 공직사회 전체를 오염시킨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