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동아국제금융포럼]세계적 석학 “국가신뢰 위기” 경고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2020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브히지트 바네르지(화면 오른쪽), 에스테르 뒤플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부부가 대담의 좌장을 맡은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과 화상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강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감안해 미국과 한국을 온라인으로 실시간 연결했고, 유튜브로도 생중계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석학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신뢰의 위기에 빠진 현 상황을 두고 “너무나 겁나고 무섭다”고 표현했다.
○ “세계화와 국가 신뢰의 위기 온다”
바네르지 교수는 경제 회복 여부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일본은 원자폭탄으로 폐허가 됐지만 곧 재기했고, 베트남은 미국과의 전쟁 뒤 ‘석기시대’로 돌아갔다고 했지만 경제를 재건했다”며 ‘코로나19 전쟁’ 뒤에도 경제가 ‘바운스 백(반등)’ 할 것으로 봤다. 그 시기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광고 로드중
국가에 대한 신뢰가 붕괴하고 있는 것 역시 코로나19가 초래할 후폭풍이다.
“일본, 베트남과 반대되는 스토리가 있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아프리카 몇몇 국가들을 보라. 내전이 끝났다고 해서 경제적 반등으로 이어지지 않는 나라들이다. 이들 국가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각국 내부의 제도들 혹은 어떤 틀 같은 게 평형을 이루며 반등을 이끌어 내지 못한 때문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제도의 최상위 틀인 국가 체제가 흔들렸다는 것이다.
바네르지 교수는 대표적 사례로 미국을 들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민에게 (야당인) 민주당 주지사를 믿지 말고 시위를 하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대처의 책임론을 정적이나 외국에 돌리는 과정이 국가 신뢰의 붕괴를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감염병 사태 이후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이 한계를 보이면서 항의와 불평이 국민의 일상이 되고 있다는 점도 ‘포스트 코로나 위기’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그는 반이민 정서 확산을 예로 들며 “이민자가 늘었다고 해서 저소득층이 경제적 타격을 입은 것은 아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신뢰를 잃다 보니, 아무리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설명해도 믿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 “일자리서 밀려난 ‘코로나 피해층’ 배려해야”
바네르지 교수는 위기 이후 대응으로 우선 경제성장률 목표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른바 ‘코로나 루저(피해층)’를 배려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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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하는 ‘코로나 루저’는 젊고 건강한데도 일자리에서 밀려난 근로계층을 뜻한다.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세계화와 정부에 대한 신뢰로부터 돌아선 사람들이기도 하다.
시장의 역할에 대해서도 궤도 수정을 당부했다. 그는 “이쪽에 일자리가 사라지면 시장의 힘에 의해 다른 곳에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광산이 폐쇄된 뒤 광부들이 초콜릿 공장에서 일자리를 얻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시장 기능이 저하된 만큼 정부가 더 적극적인 개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윤정 yunjung@donga.com·김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