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 인디언 종족 중 가장 많은 인구(9만 명 추산)를 차지하는 나바호족은 6·25전쟁 당시 약 800명이 참전했고, 이 가운데 130여 명이 90대 고령으로 생존해 있다. 나바호족은 1940년대 태평양전쟁 때는 부족 언어인 나바호어로 일본군이 해독 불가능한 암호를 개발하는 등 암호통신병으로도 맹활약했다. 이들의 영웅담은 우위썬(吳宇森) 감독, 니컬러스 케이지 주연의 ‘윈드토커’(2002년)로 영화화됐다.
▷나바호족은 미국 남서부 애리조나, 뉴멕시코, 유타주에 걸쳐 있는 나바호 네이션(보호구역 내 자치정부)에 주로 살고 있다. 짐승들도 생존을 버거워하는 황무지다. 그런데 이런 황량한 사막도 코로나19는 비켜 가지 않았다. ‘미국인디언건강서비스’에 따르면 16일 현재 나바호 인디언 417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열악한 위생 환경으로 인해 확진자율이 애리조나주의 9배가 넘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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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바호족은 보호구역을 찾는 한국인들에게 유달리 깊은 친근감을 표시한다고 한다. 인디언 선교 활동을 해온 이남종 선교사는 “나바호족은 한국인을 신발 두 짝 가운데 서로 한 짝(one pair of shoes)이라는 뜻의 ‘시끼스’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70년 전 참전국 젊은이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한국이 방역 모범국 평가를 받는 위치까지 성장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낯선 나라에 와서 자유를 지켜주기 위해 피를 흘린 이들에 대한 작은 보은이 그들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작은 힘이나마 되기를 기원해 본다.
안영배 논설위원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