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간 첫날, 용기 있게 첫인사를 건네준 친구에게 진짜 이름이 아니라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남자 이름이 튀어나와 버리고 말았다.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고 남자아이들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축구를 잘하는, 소년이 되고 싶은 10세 소녀 로레의 성장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지난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비롯한 세계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기생충’과 작품상을 놓고 경쟁했던 프랑스 셀린 시아마 감독의 2011년 작품 ‘톰보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극장이 ‘관객 절벽’에 처한 가운데서도 9년 전 작품을 소환한 주인공은 관객들이다. 올 1월 국내 개봉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입소문만으로 관객 14만 명을 모으면서 시아마 감독의 전작(前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달 시아마 감독의 영화를 모은 기획전에서 ‘톰보이’를 본 관객들은 “정식 개봉하라”며 ‘압력’을 넣었다. 그 결과 이달 14일 ‘톰보이’는 극장에서 개봉했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그저 표현하고픈 시기. 어른들이 규정해놓은 것들을 온전히 이해하기도 힘든 그 질풍노도의 시기를 감독은 특유의 섬세한 영화언어로 사랑스럽게 스크린에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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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