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무기징역 구형했지만, 법원 ‘징역 22년’ 선고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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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의붓아들의 손과 발을 전선줄로 결박한 뒤 1m 목검으로 마구 때려 숨지게 한 인면수심 20대 계부가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3부(고은설 부장판사)는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 씨(27)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하며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20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A 씨는 지난해 9월 25일부터 다음날 26일까지는 인천 미추홀구 다세대주택 집에서 의붓아들 B군(당시 5세)의 얼굴과 팔, 다리 등을 목검으로 100여 차례 때려 숨지게 했다. 또 9월 16일에는 사흘 간 B 꾼을 대형견과 함께 집 안 화장실에 가둔 뒤 수시로 때리기도 한 사실도 밝혀졌다.
아내 C 씨는 지난 1월 법정에서 “남편이 아들을 때릴 때마다 죽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남편이 아들 몸을 뒤집고 손과 발을 묶어 활처럼 휘어진 자세였다”고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B 군은 A 씨의 잦은 폭행 때문에 동생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관리를 받으며 2017년 3월부터 2년 6개월간 보육원에서 지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30일 이 씨는 보육원을 찾아가 잘 적응하는 A 군 형제를 무작정 집으로 데려왔다. 열흘 만에 악몽은 다시 시작됐다. 폭행은 점점 잔혹해졌다. 엄마가 있는 집에 온지 겨우 한 달 만에 아이는 인생을 꽃피워보지도 못한 채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공소사실에 관해 전체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사망한 피해 아동을 살인한 고의는 없었다고 했다. 여러 증인과 증거를 조사한 결과 피고인에게도 적어도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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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결심 공판(2월 26일)에서 검찰은 A 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당시 A 씨는 “행동에 대해서는 죄송하나,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죄를 뉘우치며 살겠다”고 했다. 한달 전만 해도 그는 재판을 마칠 무렵 법정에서 검사와 취재진을 향해 막말과 욕설을 하는 등 소란을 피우기도 했지만, 결심 공판에서는 조용했다.
A 씨는 B 군 이외에도 둘째, 셋째 의붓아들도 학대해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현재 아내 C 씨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윤나 동아닷컴 기자 yyynn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