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7개 업종 지원한다더니 2개만 명시… 40조 기간산업안정기금 형평성 논란

입력 | 2020-05-14 03:00:00

정부, 항공-해운 2개 업종만 지정
“당장 유동성 급한곳부터 지원… 상황따라 그때그때 업종 추가”
기업 일부 구조조정 진행 상황속 정부 ‘고용 유지’ 공언한 것도 불씨
“객관적 기준 마련 정치 개입 막아야”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영을 위한 산업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기안기금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기안기금 운용을 통해 기업, 일자리, 협력업체의 생태계를 지키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지만 지원기준이 모호해 벌써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3일 산업계에 따르면 시행령 개정과정에서 기안기금을 어떤 업종에 지원할 것인지를 놓고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정부는 당초 입법예고에서 항공 해운 기계 자동차 조선 전력 통신 등 7개 업종을 지원대상으로 명시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악화된 정유업 등 제외된 업계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관계부처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당장 유동성 확보가 급한 항공과 해운 2개 업종만 명시하기로 했다. 업종을 일일이 열거해두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지원업종을 추가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간산업을 지원한다는 취지는 변함이 없다. 얼마든지 부처 간 협의에 따라 지원대상을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종 내에서도 온도차가 크다. 항공산업 상황이 심상치 않자 기안기금과 별개로 산은은 4월 24일 대한항공에 대한 1조2000억 원 규모의 지원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한 추가지원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정부 지원대상에서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긴장감 속에 LCC들은 기안기금 지원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가 자금지원 조건으로 ‘고용유지’를 공언한 것도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핵심은 일자리를 지켜 내는 것”이라며 “노사 합의를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편에선 국책은행의 지원을 받는 기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이 추진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자리를 지킨다더니 왜 구조조정을 방치하느냐”는 항의가 터져 나온다. 국책은행 지원결정을 받은 두산중공업은 현재 명예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제주항공으로 인수·합병이 결정된 이스타항공도 감원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한창이다.

정부는 기업 지원은 △기간산업 △코로나19 피해로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빠진 기업 △코로나19 이전 부실이 이미 발생한 기업의 3가지 트랙으로 진행돼 일부 기업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이전 부실이 이미 발생한 기업은 채권은행 중심의 구조조정을 통해 정상화를 도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부실이 발생한 기업과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어떤 잣대로 분류할지 애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쌍용차가 기안기금 지원을 요청할 경우 지원대상이 될 수 있을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간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을 투입해 민간기업을 살리는 것이라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도 “전문성과 균형감을 갖춘 위원을 선임해 객관적 지원기준을 만들고 정치적 이슈의 개입을 막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