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아비지트 배너지·에스테르 뒤플로 지음·김승진 옮김/648쪽·2만7000원·생각의힘 ◇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조너선 앨드리드 지음·강주헌 옮김/480쪽·2만2000원·21세기북스
미국 국경과 가까운 멕시코 티후아나의 이민자 보호소에서 이주민들이 국경 안보 강화를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의 저자들은 “이주의 경제적 합리성까지 부정하지는 말아야 한다. 이민자들이 현지인의 임금과 고용을 악화시킨다는 생각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AP 뉴시스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부부가 썼다. 이들은 ‘국제 빈곤을 완화하기 위한 실험적인 접근법’을 인정받아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사제지간으로 만나 사랑을 키웠다. 2011년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에 이은 두 번째 공동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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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어떻게…’는 기존 경제학의 통념을 하나하나 격파하는 ‘거꾸로 읽는’ 경제학 교과서다. 원제 ‘악함의 합리화: 경제학은 어떻게 우리를 망쳤는가(Licence to be Bad: How Economics Corrupted Us)’처럼 거침이 없다. 게임이론부터 행동주의 심리학같이 정설로 여겨진 경제이론들의 모순을 파헤친다.
경제학에서 인간을 합리적이라고 규정하는 것부터 문제라고 시작한다. 현실에서 인간은 수많은 감정에 휘둘리고 때로 비합리적으로 행동할 때도 많다. 그런데 인간은 합리적이라 가정함으로써 과학적 허울을 씌운다는 것. 이 때문에 나쁜 행동마저도 합리적인 것으로 포장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각 장에서 경제학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곁들여 흥미롭다. 게임이론을 제시한 폰 노이만이 존 내시의 ‘내시 균형’ 이론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시했던 일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모델이었던 토머스 셸링도 등장한다. 감성이 결여된 극단적 추론에 의해 미국이 소련에 수소폭탄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확신했던 폰 노이만의 이야기는 아찔하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자유시장과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경제의 기본값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극단적 예외를 제외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자유롭게 운용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말했다가 뭇매를 맞는다. 그의 극단적 예외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기 때문이다. 책은 신자유주의까지 나타난 주류 경제학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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