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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손타는 수저통 그만… 수저 하나씩 포장해 감염 막아야

입력 | 2020-05-07 03:00:00

[포스트 코로나, 일상을 바꾸자] <2> 식당 수저는 개별포장해 비치




서울의 한 식당에서 손님이 종이로 개별 포장된 수저와 포크를 들고 있다. 포장 덕에 이물질이 묻는 걸 막을 수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한식당. 4명이 둘러앉은 테이블에서 한 여성이 서랍식 수저통을 열었다. 수저가 빽빽하게 들어찬 통 안을 맨손으로 뒤적여 수저 여러 벌을 꺼냈다. 젓가락을 너무 많이 꺼냈는지 일부를 다시 통 안에 집어넣었다.

수저통은 한국 식당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여럿이 함께 가면 나이가 어리거나 직급이 낮은 사람이 일행의 수저를 놓아주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이제 ‘수저통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뿐 아니라 언제든지 세균이나 새로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감염병 확산을 막으려면 생활 속 위생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저는 입안으로 직접 들어가는 물건이다. 여러 사람이 수저통에 손을 넣고 다른 사람이 쓸 수저를 만지는 행동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 비말을 입안 점막에 직접 퍼뜨릴 수 있는 행동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발표한 ‘행동요령’에도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식당에서 수저통 사용 시 손 소독을 철저히 하고, 사업주는 종이로 포장된 수저를 비치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취재진이 6일 돌아본 서울 종로구 식당 21곳은 이런 권고와 거리가 멀었다. 종이 포장된 수저는 한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9곳은 서랍형 수저통, 5곳은 테이블 위 함 형태의 수저통, 5곳은 아예 뚜껑이 없는 원형 통에 수저를 넣어두었다. 수저를 따로 주는 곳이 2곳 있었지만 종이 포장은 없었다.

위생에 취약한 부분이 눈에 쉽게 띄었다. 한 분식집은 테이블 16개 중 6개의 서랍형 수저통이 열려 있었고, 일부 통 안에는 떡볶이 국물 자국 등이 보였다. 서랍형 수저통은 세척도 어렵다. 한 해물요리집에는 수저의 입 닿는 부위가 위를 향한 채 나무통에 꽂혀 있었다. 한 손님이 휴대전화를 만지던 손으로 수저를 집는 순간 주변 수저에 손길이 그대로 닿았다.

직장인 임모 씨(24·여)는 “어떤 손이 얼마나 닿았을지 모르는 수저통을 보면서 찜찜한 건 사실”이라며 “요즘은 입이 닿는 부분을 누군가 만졌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수저를 열탕 소독하고 개별 포장하는 식당이 속속 늘고 있지만 아직은 많지 않다. 그만큼 일손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수저 위생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는 손님도 늘고 있다. 김문환 씨(63)도 2월부터 개인수저를 비닐 팩에 넣어 갖고 다닌다. 김 씨는 “식당에서도 수저통이 감염 우려가 높아 보였다”며 “조금만 신경 쓰면 개인수저 사용이 크게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수저통에 수저를 놓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식중독 균 같은 세균이 번식할 수 있어 위생에 좋지 않다”며 “사소한 위생 습관도 돌아보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지원 4g1@donga.com·김소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