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사마천의 사기’ 1, 2권 펴낸 원로 만화가 이희재씨 40대에 처음 접하고 감동받아 20여년 지나 기회얻어 매달려 내년 상반기 총 7권으로 완간 “故고우영 선생은 역사만화 대가 지금도 펼쳐보면 자극받아”
4일 서울 강북구 자택에서 만난 이희재 씨는 “60여 년 전 처음 읽은 만화 속 그리스 전함들을 고향인 전남 신지도 앞바다에 상상으로 가득 띄워 놓고 가슴 벅차 했던 기억이 아직 또렷하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4일 신간 ‘사마천의 사기’ 1, 2권(휴머니스트)을 펴낸 이희재 씨(68)는 1980년대 코흘리개 말썽쟁이 캐릭터 ‘악동이’로 인기를 끈 만화가다. 만화잡지 ‘보물섬’에 처음 선보였던 악동이에 대해 그는 “어린이 만화이니 밝은 꿈만 그려야 한다는 비현실적 압박에 대한 저항으로 빚어낸 이야기”라고 했다.
“책방에서 미국 작가 빅토리아 빅터의 ‘악동일기’라는 동화를 보고 ‘이걸 원작 삼았다’고 내세우면 괜찮겠다 싶었다. 서양 작가 작품이라면 다 ‘명작’이라 여기던 시절이었으니까. 명목만 그렇게 하고 내용은 완전히 새로 창작했다. 완력으로 애들을 괴롭히는 못된 골목대장 왕남이에게 악바리 꼬마 악동이가 맞서는 이야기. 부조리한 현실을 보여주는 한편, 그에 대항할 용기를 심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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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형을 받은 뒤 ‘사기’ 집필에 몰두하는 사마천. 휴머니스트 제공
이 씨의 ‘사기’는 내년 상반기에 총 7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다. 중국 역사를 다룬 만화라면 한국 만화 팬들에게는 여전히 고우영 작가(1938∼2005)의 작품들이 첫손으로 꼽힌다. 이 씨도 “고 선생은 천재였다. 그의 ‘십팔사략’을 이따금 다시 펼쳐 본다”고 했다.
“오자병법을 쓴 오기(吳起) 이야기를 자신 있게 그려놓고 어디 보자 하면서 십팔사략을 보니 이야기 전개와 표현에서 고 선생 것이 더 재미난 거다. 자존심 상해서 다 버리고 통째로 다시 그렸다. 아홉 살 때 아버지와 함께 탄 통통배 위에서 처음 읽은 ‘일리아드’ 만화처럼, 여전히 나를 자극시켜 주는 만화들이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