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 관객 위해 30명이 만든 연극 ‘작가, 작품이 되다1-장 주네’ 박정희 연출가 가림막 안에 설치된 진짜 객석 등 배우가 관객 이끄는 무대장치 마련 “연극은 가난, 관객수 상관 안해… 관객의 인생에 균열 냈으면 만족”
박정희 연출가는 “감정적 호소와 연민, 신파를 고집하는 작품은 오래갈 수 없다. 연극은 사회적 예술이어서 항상 관객이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비판할 수 있는 거리를 줘야 한다”고 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인근에서 만난 ‘작가, 작품이 되다1―장 주네’의 박정희 연출가(62)는 “스마트폰으로 인간적 감각이 둔화된 요즘 연극이 감상에만 그치면 성에 안 찬다”며 관객참여형(이머시브·immersive) 공연을 통해 관객이 강렬한 예술적 체험을 얻고 삶까지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연극이란 게 수익을 낼 수 없기에 객석 수는 크게 상관없다”며 웃었다.
1999년부터 극단 ‘풍경’을 이끌며 인간의 본질과 동시대성을 파고든 박 연출가는 이번 공연에서는 ‘버려짐’에 주목했다. 고아, 범죄자, 성소수자로 살다 작품으로 인정받은 장 주네의 삶과 그의 희곡 ‘병풍들(Les paravents)’을 통해 사회에서 버려진 이들을 조명한다. 병풍들은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에서 ‘만들어진 영웅’이자 희생자, 소수자였던 한 가족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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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연극적 약속과 리얼리즘의 경계를 넘나들고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고 이머시브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극에 변화를 줘야 했다.
“본래 별도 공간에 장 주네 관련 소품, 사진 전시를 기획했다. 배우가 전시를 설명하며 대화하다 관객 손을 잡고 무대와 객석으로 이끄는 체험도 구상했다. 밀접 접촉에 제약이 생긴 탓에 아쉬움이 남는다.”
몸의 움직임을 중시하는 박 연출가는 몸을 잘 쓰면서 고급 즉흥 연기가 가능한 여배우 5명을 캐스팅했다. 그는 “가까운 곳에서 배우의 몸동작을 유심히 지켜보면 대사에서도 시적 운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공연은 작가를 키워드로 한 3부작 중 첫 작품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중장기창작지원사업 선정작이다. 내년에는 김우진, 2022년에는 오영진 작가의 삶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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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전석 3만 원. 15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