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경제위기]3월 사업체 종사자 사상 첫 감소
허 씨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었지만 해고 위기를 느껴본 적은 없었다. 정년이 지나고도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그가 35년간 지켜온 일자리를 앗아갔다. 허 씨는 “내가 관두지 않는 한 계속 회사를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며 “반평생을 보낸 일터를 떠나 어디서 일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 상용직 일자리 첫 감소
21일 새벽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 주변에 일자리를 찾기 위해 줄지어 있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모습.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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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아직 제조업 정규직까지 고용 위기가 본격화된 건 아니라고 밝혔다. 해고 대신 유·무급 휴업으로 고용을 유지하며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고용 유지 기업들이 폐업이나 구조조정으로 나아갈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렇게 되면 대량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
○ 특수고용직 감소 폭 가장 커
서울에서 9년째 전업 대리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모 씨(62)는 최근 수입이 절반으로 줄었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회식이나 모임이 급감한 데 따른 것. 김 씨는 “올 들어 경기가 안 좋아 콜이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코로나19 태풍까지 겹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당장 먹고살려면 다른 일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 씨와 같은 특수고용직 근로자가 포함된 기타종사자는 지난해보다 9만3000명(7.9%)이 감소했다. 기타종사자는 2월에도 4만1000명(3.5%)이 줄었다. 임시일용직 종사자는 2월까지만 해도 3만8000명(2.3%) 증가했지만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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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위기가 취약한 일자리부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해 점점 확산되고 있다”며 “정부가 단기 일자리를 포함해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업대란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송혜미 1am@donga.com·이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