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생 고희진 삼성화재 감독
고희진 삼성화재 신임 감독이 24일 경기 용인시 삼성생명휴먼센터 내 구단 체육관 바닥에 앉아 활짝 웃고 있다. 고 감독이 왼손을 올려놓은 트로피는 2010∼2011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때 받은 것이다. 당시 2라운드를 최하위로 마쳤던 삼성화재는 정규리그에서 3위를 한 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을 거쳐 정상에 섰다. 지난 시즌 구단 역사상 가장 낮은 순위(5위)였던 삼성화재는 위기 탈출의 책임자로 1980년생 고 감독을 선택했다. 용인=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0년 전 감독실의 문을 두드렸던 그 선수가 다시 위기에서 팀을 구해낼 소방수로 투입됐다. 고희진 삼성화재 신임 감독(40)이다. 상황은 좋지 않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5위라는 구단 역사상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더구나 팀의 간판스타인 박철우(35)마저 최근 한국전력과 FA 계약을 맺고 팀을 떠났다. ‘전통의 명가’는 옛말이 됐다.
24일 경기 용인시 구단 체육관에서 만난 고 감독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낸다면 더 큰 기쁨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영광의 시간도 있었지만 선수 때나, 코치 때나 어려운 상황도 많았다. ‘나는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지금 상황을 극복해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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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선수단과의 첫 미팅을 앞둔 신임 감독의 고민은 소통이다. 최근 20, 30대를 분석한 책 ‘90년생이 온다’를 읽었다는 고 감독은 “세대 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최대한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 생각이다. 코치를 맡던 내가 감독이 됐다고 선수들이 어려워하기 시작하면 내가 감독이 된 아무 의미가 없다”며 “소통의 소(疏)가 ‘트이다’라는 뜻이다. 당장 내 모습부터 선수들에게 털어놓으며 공감의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1980년생인 고 감독은 한국 4대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첫 80년대생 감독이기도 하다. V리그 최고참인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69)과 29세 차다. 고 감독은 “젊은 감독이지 어린 감독이 아니다. 젊은 감독답게 패기 있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선수들이 코트에서 신나게 뛰어다닐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배구의 발전을 위해 선배 감독들과도 의기투합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고 감독은 고향 경남 남해에서 중학교까지 마친 뒤 배구 명문인 마산중앙고에 입학했다. 당시 남해대교를 건너며 차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성공을 다짐했다는 그는 이제 사령탑으로서 금의환향을 꿈꾼다. 감독 선임 뒤에는 남해군수의 축하 전화를 받기도 했단다.
인터뷰가 끝난 뒤 기어코 “안방 개막전을 보러 오라”는 약속을 받아내는 고 감독의 모습에서 뚝심이 느껴졌다. 고 감독의 시계는 이미 새 시즌에 맞춰져 있는 듯했다.
▽생년월일: 1980년 7월 13일(경남 남해 출생)
▽출신교: 남해 고현중-마산중앙고-성균관대
▽경력: 2003년 12월 삼성화재 입단, 2016년 10월 삼성화재 코치, 2020년 4월 삼성화재 감독
▽프로 통산 기록: 12시즌 339경기 1129세트 출전, 1897득점 664블로킹
▽ 우승 기록: 챔피언결정전 우승 8회, 정규리그 우승 7회(통합 우승 5회)
▽주요 수상: 2005∼2006시즌 기량 발전상, 2007∼2008시즌 베스트 세리머니상, 2011∼2012시즌 블로킹 500점 기준기록상 (달성 2호)
용인=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