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 개소… 의병장 등 독립유공자 발굴 주도 최근 737명 찾아 보훈처에 포상 신청
이태룡 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장이 21일 최근 개소한 사무실에서 독립운동사자료집 의병 편을 설명해주고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산하 독립운동사연구소가 최근 미추홀캠퍼스 B동 4층에 둥지를 틀었다. 21일 독립운동연구소를 찾으니 30년 넘게 의병 연구를 해온 이태룡 독립운동사연구소장(65·의병 전공 문학박사)과 여성독립운동가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 온 이윤옥 연구원(60·일본어 전공 문학박사) 등 2명만 있었다.
이들은 한자와 일본어가 가득한 옛 자료와 판결문은 물론 국사편찬위원회와 국가보훈처에서 발간한 ‘독립운동사자료집’(17권), ‘폭도에 관한 편책’(122권), ‘해외의 한국독립운동사료’(32권)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이 소장은 “방대한 독립운동 인맥을 꿰뚫고 있어야 이들 자료를 독해할 수 있다. 최소한 10년 넘게 독립운동 연구를 한 사람이면 이런 발굴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명성황후를 시해한(을미왜란) 1895년 이후 의병과 독립 투쟁에 나선 순국선열이 30만 명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국가보훈처에서 포상한 독립유공자는 3월 1일 현재 1만5931명에 불과해 할 일이 태산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소장은 기록 속에 묻혀 있던 의병의 발굴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정부는 1962∼2007년 의병 800여 명을 독립유공자로 선정했다. 의병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 소장은 의병 관련 논문 20여 편, 책 38권을 발표하면서 모은 자료를 토대로 2008년 의병장과 의병 828명을 독립유공자 포상 신청을 했다. 그가 한 해에 신청한 의병 유공 대상자가 45년간 국가에서 선정된 의병 유공자 총수와 비슷했던 것.
이 소장은 지난해부터 인천대 초빙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765명의 독립유공자를 발굴한 데 이어 최근 737명을 추가로 찾아 국가보훈처에 포상 신청을 했다. 이번에 신청한 포상 신청 대상자는 3·1독립만세의거 유공자 348명, 함경도와 경상도 지역의 정평청년동맹과 안동청년동맹에 가담했던 반일투쟁가 234명, 제주도 반일농어민활동 유공자 73명 등이다.
이들 중 경남 양산지역 의병장이었던 김병희, 교상 부자(父子)는 양산 거부(巨富)로 의병부대 지원금(당시 2000석 쌀값)을 주었고, 이와 별도로 의병을 모집해 일본군과 격전을 치르다 순국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본이었다. 또 서대문감옥소에서 3차례에 걸쳐 10년 넘게 옥살이를 한 함북 명천 출신의 황금봉 지사, 조선혁명군에 참여해 중상을 입은 양세봉 장군도 포함됐다.
이 소장과 함께 독립운동사연구소에 몸담은 이 연구원은 주로 일제 감시 대상 인물 카드에서 찾을 수 있는 애국지사와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조봉래 인천대 인천학연구원장은 “국가기록원이 보유한 재판기록 중 70% 이상이 아직 공개되지 않아 독립유공자 공적을 찾는 데 어려움이 크다”며 “경인지역을 포함해 숨겨진 독립유공자 발굴 작업을 체계화하겠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