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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처럼 사는 법[육동인의 業]

입력 | 2020-04-14 03:00:00


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

경주 시내에 있는 ‘동궁과 월지’. 안압지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진 이곳의 밤 풍경은 경주를 넘어선 대한민국의 으뜸 관광 상품이다. 은근하고도 화려한 조명으로 계절에 관계없이 매일 밤 인산인해다. 개인적으로도 경주에 갈 때면 꼭 들러보는 곳이다.

이 연못에서 출토된 다양한 유물들은 인근 경주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신라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잘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 중 하나가 주령구(酒令具). 참나무로 만든 14면체 주사위로 각 면마다 사자성어로 된 글이 새겨져 있었다. 주사위를 굴린 사람이 글의 지시에 따라 행동을 하게 되어있다. 술과 노래와 관련된 내용이 많은 것으로 보아 술자리에서 사용하던 놀이기구로 추정된다.

예를 들면 금성작무(禁聲作舞·노래 없이 춤추기), 음진대소(飮盡大笑·술잔 한번에 다 비우고 크게 웃기), 양잔즉방(兩盞則放·두 잔이 있으면 즉시 비우기), 자창자음(自唱自飮·혼자 노래 부르고 마시기), 임의청가(任意請歌·마음대로 노래 청하기) 등 요즘 술자리 문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민족은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유전자가 있는 것 같다. 방송국마다 제작하는 다양한 노래경연 프로그램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세상에 노래 잘하는 사람이 저렇게 많았나 싶다. 하기야 1991년 생긴 노래방이 순식간에 전국을 휩쓸고, 식당은 물론 관광버스까지 노래방 기계를 설치해야 운영이 됐을 정도다. 온 국민이 가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상들도 그랬다. 중국 삼국시대(220∼280년) 역사책인 삼국지 위지 동이전. 여기에 우리 민족을 묘사한 거의 첫 기록이 남아있다. 내용은 ‘밤새도록 음주가무(飮酒歌舞)를 즐겼다’. 당시 외국인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도 노래와 춤이었다. 방탄소년단(BTS) 등 우리 젊은이들이 세계 음악 한류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이런 유전자의 발전적 계승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우리가 좋아하고 잘하는 기질들을 찾아내 열심히 노력하니까 세계 1등이 됐다고 말이다.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으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 평범한 은행원으로 출발해 행장까지 마치고 퇴임한 한 선배의 얘기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일한 것이 아니라 일 자체를 좋아하고 잘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성공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성공의 비결은 좋아하는 일을 행복하게 하는 것, 다시 말해 직업(vocation)을 휴가(vacation)로 만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힘들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자기주도 학습’에 익숙하지 못한 탓이다. 치열하게 고민해서 자신의 길을 선택하면 그 순간부터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스스로 선택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신감과 행복감이 높아진다. 열심히 할 수밖에 없고, 당연히 결과도 좋다. 즐기는 자를 못 당한다는 말은 그래서 나오는 것 같다.

결국 자신을 탐구하는 과정이 행복한 직업의 첫걸음인 셈이다. 나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인가.
 
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