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박모 씨(64)는 얼마 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남부센터에서 4시간 이상 기다렸다가 겨우 대출을 신청한 기억을 지울 수가 없다. 박 씨는 “최근 하루 2만 원을 벌지 못해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라며 “대출이 언제 나올지 몰라서 최근 대구시의 긴급생계자금도 신청하려고 장시간 또 줄을 섰다. 전쟁통이 따로 없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구 경북의 경제 상황이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셀프 자가 격리와 사회적 거리 두기, 잠시 멈춤 운동이 석 달째 지속돼 골목 경제마저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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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신암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37·여)는 요즘 멍하니 하늘 보기가 일쑤다. 김 씨는 “음식 재료비, 월세 이것저것 빼면 손에 남는 돈이 몇 만원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길어지면서 손님 얼굴 보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돕기 위한 특별경영자금은 금세 동이 났다. 경북도가 2일 출시한 무이자, 무담보 대출 1조 원은 접수 닷새 만에 소진됐다. 대구시가 2일부터 시작한 6000억 원도 3000억 원 이상 신청을 받아 조만간 마감될 것으로 보인다. 시가 9일 공고하는 소상공인 생존자금 업체당 100만 원 지원도 벌써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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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생계자금을 신청한 가구 모두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격이 되지 않는데도 당장 힘들기 때문에 접수한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 현재까지 대구시는 신청 가구 가운데 30~40%가량이 지원 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북도 역시 약 50%를 자격 조건이 되지 않는 것으로 분류했다.
대구 달서구에 사는 정모 씨(62)는 지난달 회사를 그만두고 막막한 마음에 신청했다. 정 씨는 “최근 경영이 어려워진 업체가 갑자기 여러 핑계를 대면서 해고했다. 자식들에게 손 내밀기가 부끄러워서 긴급생계자금을 신청했는데 지원 대상이 될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온라인 정책 제안 사이트 ‘토크 대구’에도 이 같은 글이 쏟아졌다. 한 시민은 “건강보험료 직장 가입자 1인 기준이 월 5만9118원인데, 현재 6만 원 정도라서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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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