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조주빈 ‘핫라인’ 있었다…범죄단체조직죄 ‘스모킹건’

입력 | 2020-04-08 09:52:00

조주빈이 2월 올린 글. 핫라인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 뉴스1


수사당국이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과 공범들에 대해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여부를 검토하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조씨가 박사방에서 핫라인을 이용해 지령을 내린 정황이 발견됐다. 조씨가 상관으로서 직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지시를 내린 구체적인 정황이 포착된다면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8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2월 중순쯤 박사방에 “@iptimes9 이 내 핫라인이고 ‘부따’는 @iptimes8이다”라며 핫라인의 존재를 언급하는 글을 올렸다. 아울러 1월에는 ‘부따, 핫라인 연결이 안 된다’는 글을 텔레그램 방 안에 올리기도 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박사가 언급한 핫라인이란 일종의 비밀개인채팅으로 각종 지시가 이뤄지는 통로로 추정된다. 비밀채팅 기능으로 링크를 아는 자들만 접속이 가능하며 화면캡처가 불가능해 증거가 남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보안유지가 되기 때문에 범행과 관련해 조씨가 지령을 내리거나 공범과 소통하는 창구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텔레그램 비밀채팅기능은 보낸 메시지를 1초부터 1주까지 단위로 맞춰져 있는 ‘삭제 타이머’를 적용하면 해당 시간이 지나면 메시지가 자동으로 삭제된다. 또한 비밀채팅기능 안에서 보안전화 기능도 포함됐는데 이는 패킷이 암호화되어 있어 상대방과의 통화내용 등도 추후 알아내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박사가 운영했던 박사방 유료방들은 비밀채팅이 아닌 비공개대화방이라 암호화된 주소 링크로 입장이 가능했으며 입장한 다수가 대화를 지켜볼 수 있었던 채팅방이었다. 박사는 직접 성관계를 하고 영상을 촬영하는 자원자를 구할 때 유료방 회원들에게는 ‘오프남 구한다’는 말을 할 뿐 그밖의 구체적인 지령을 내리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피해자를 섭외하고 주소를 알아내고 사회복무요원을 섭외하는 등 실무적인 범행은 박사의 핫라인으로 연결된 직원들이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박사와 주요 운영진들의 휴대폰에 있는 텔레그램 ‘핫라인’기록과 캐시 흔적들이 박사의 범행 정황을 구체적으로 드러낼 스모킹건으로 보인다. 조씨가 지난달 19일 구속되기 직전 텔레그램 상에서 계정 자동 탈퇴 기능을 최소 기한인 ‘1개월’로 해놨다면 앞으로 박사의 핫라인의 흔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한은 남은 10여일이 될 것으로 짐작된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조씨를 검거할 당시 인천 미추홀구 자택에서 휴대폰들을 압수했고 2대에 대해 잠금해제를 시도 중이다. 최근까지 조씨가 쓰던 2대의 휴대폰은 삼성 갤럭시와 아이폰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나머지 2대를 풀면 유의미한 자료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조주범의 텔레그램 핫라인에는 홍보책인 이기야와 사마귀, 태평양보다 실제 행동책인 핵심 멤버들이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직접 성착취 여성을 피싱 기법을 통해 개인정보를 빼내고 협박하고 성착취물을 제작하는 등 구체적인 범죄 혐의들이 이들을 통해서 나올 수 있는 셈이다.

특히 핫라인 비밀채팅 기능에서 ‘삭제 타이머’를 통해 채팅기록이 없어졌다고 할지라도 텔래그램 내의 캐시 등의 분석을 통해서도 증거를 포착해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취재를 종합하면 조씨측의 핵심 멤버들은 이미 검거돼 기소된 사회복무요원 강모씨와 거제시청 공무원 천모씨, 강간과 유사성행위 혐의를 받는 ‘오프남’ 한모씨(26), 그리고 경찰에서 수사 중인 멤버들로는 송파 사회복무요원으로 알려진 최모씨(26), 부따, 오프남 김모씨 등 최소 6명이다. 수사당국이 핫라인을 통해 이들이 조씨와 소통한 흔적을 캐시 등으로 분석해 찾았다면 더욱 조직적인 통솔체계의 흔적을 발견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하려면 지시와 통솔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수익을 배분하고 있는지, 구성원들이 같은 목적으로 범행을 하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며 “수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