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소속팀 191명에 생계비 “7년간 마이너서 눈물젖은 빵 먹어 선수들의 금전적 어려움 잘 알아… 많은것 누리게 된 지금 돌려줄 때”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되기까지 추신수는 7시즌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냈다. 트리플A 시절 그는 한 달에 1400달러(약 172만 원)를 받았다. 아내와 갓 태어난 첫아들과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돈을 아끼기 위해 구단에서 지급하는 하루 20달러의 밀 머니(식비)를 아껴 기저귀와 생활용품을 샀다. 그는 요즘도 “힘들 때마다 마이너리그 때 고생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견뎌낸다”고 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메이저리그가 중단되었을 때 그의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바로 마이너리그였다. 10여 년 전 기억을 되살리며 그는 후배 마이너리거들에게 따뜻한 애정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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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즌 개막이 연기되면서 텍사스주 사우스레이크에 위치한 집에 머물고 있는 추신수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도 마이너리그에서 7년 동안 있어 봐서 그들의 마음을 잘 안다. 당시에 비해 지금은 환경이 좋아졌겠지만 선수들은 여전히 금전적으로 어렵다”고 지원 배경을 설명했다. 추신수는 지난달 중순 스프링캠프가 중단된 직후부터 힘든 시간을 함께 버텼던 아내 하원미 씨(38)와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돕는 방안을 상의했다.
추신수는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우리 구단에 소중한 자원들이다. 돈 걱정 없이 야구에 집중했으면 한다. 이들이 성장해야 언젠가 우리도 우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약 마지막 해에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준 추신수의 기부는 현지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추신수는 “20년 전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내겐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야구 덕분에 지금 많은 것을 누리게 됐다. 이제는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줄 때다. 특히 어려운 시절에는 더욱 그렇다”라고 말했다. 추신수는 지난달에는 국내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구지부에 2억 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