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의 완치 소식이 반가운 이유는 노인들의 치명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평균 치명률은 1.5%, 80세 이상은 15.2%다. 중국을 제치고 확진자 수 세계 1위가 된 미국에서는 ‘부머 리무버(boomer remover)’라는 신조어가 나돈다. ‘베이비부머 제거기’, 즉 코로나19가 고령의 베이비부머(1944∼1963년 출생)에 더 치명적이라는 뜻인데, 기성세대가 ‘꼰대 노릇’ 한다며 불만을 가진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서 ‘꼰대를 없애주는 감염병’ 정도로 통한다.
▷노인을 차별하는 건 일부 고약한 젊은이들만이 아니다.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이달 초 “코로나19의 희생자가 대부분 노인이기 때문에 사태 초기 수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나라들이 있다. 이건 도덕적 부패의 문제”라고 했다. 미국도 대처가 늦은 나라 중 하나인데 텍사스주 부지사는 얼마 전 각종 영업 중단 조치를 완화하자면서 “노인들은 경제를 위해 죽을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가 호된 비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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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주 할머니는 코로나19 ‘7976번 환자’였다. 27세에 남편을 여의고 아들 셋을 홀로 키웠는데 큰아들은 4년 전 먼저 떠났다. 둘째가 위암으로 위의 75%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자 공기 좋은 곳을 찾아 2002년 모자(母子)가 연고도 없는 청도로 이사했다. 어머니와의 ‘코로나 생이별’에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는 아들, 그런 아들이 기다리는데 ‘코로나 할아비’라고 무서웠을까. 환자 번호와 치명률 수치엔 절절한 사연이 가려져 있다. 가볍게 차별의 언어를 입에 올릴 일이 아니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