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우왕좌왕하면서 ‘포스트 아베’ 후보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주무 부처인 후생노동성의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상, 아베 총리와 대립각을 세우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부각되고 있는 형국이다.
가토 후생상은 코로나19 대응을 진두지휘하면서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대장성(현 재무성) 관료 출신으로 사무능력이 탁월해 국회에서 야당의 공격에 차분하게 정부 방침을 설명했다. 자민당의 한 중견의원은 최근 지지통신에 “가토 씨였기에 국회 심의를 버틸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크루즈선에 대한 판단을 잘못해 감염자를 대거 양산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말부터 각종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 후보 1순위로 꼽히는 이시바 전 간사장은 최근 블로그에 “코로나19 사태 해결이 최우선이다.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사태 해결 후”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와 사사건건 맞섰지만 ‘코로나 휴전’을 선언하며 정부에 협력하는 모습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전국지의 한 간부는 “이시바 씨의 실리적 모습이 인상깊다.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더 높아진 유일한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자신의 후임으로 밀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 역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 기시다 정조회장과 회식을 하며 “좀 더 목소리를 내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총리 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는 그로서는 아베 정부를 비판하기 힘들다. 코로나19 관련해서도 정부 대책을 대체로 옹호하다보니 국민들 사이에 존재감이 약하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