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은 콘텐츠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첫째는 기상 습관이다. 일어나자마자 노트에 떠오르는 대로 아무 말이나 써 보자. 내 경우는 석 달째 꿈 일기를 쓰고 있다. 이 무슨 사이비 종교 같은 소리인가 싶지만, 덕분에 아침에 벌떡 일어나게 된다. 꿈은 3분이 지나면 까먹는다. 꿈 일기를 매일 쓰려면 노트를 머리맡에 두고, 눈 뜨자마자 몸을 일으켜 써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흐릿하던 정신이 맑아진다.
더불어 적나라한 무의식과 마주하게 된다. 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꿈에 나타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기도 하고, 당당한 척했던 순간들의 이면을 마주하기도 한다. 며칠 전엔 스무 살 때나 느꼈을 법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애매한 커리어에 대한 불안과, 결혼에 대한 압박, 재미없어지는 인생에 대한 걱정. 하지만 운동 갔다가, 일하고 오니 사라져 있었다. 혼자 조용히 견딘다는 것. 가끔은 타인의 위로보다 스스로 인정하는 게 더 도움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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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미루는 습관을 이기는 작은 책’에서는 이보다 쉬운, ‘습관 리스트’ 쓰기를 제시한다. A4 용지에 표를 만든다. 가로줄 맨 상단에 만들고 싶은 습관을 쭉 적는다. 바로 밑엔 각 습관의 최소 목표를 적는다. 왼쪽 세로줄엔 각 목표를 실천해나갈 한 달 분량의 날짜를 아래로 쭉 적는다.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둔 뒤 매일 손으로 체크해 나가면 끝!
벌써 3개월째 하고 있다. 어떤 습관은 내 것이 될동말동하지만, 어떤 습관은 갈 길이 멀다. ‘하루 세 페이지 영어 공부’는 45일 동안 ‘×(엑스)’ 표시고, ‘지각 안 하기’는 ‘택시 타서 아슬아슬하게 3분 지각’ 등으로 점철됐다. 발전 좀 해보겠다고 아등바등하는 흔적들이 애잔하면서도, 가끔씩 동그라미 치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어쩌면 좋은 습관이 전부가 아닐까? 촘촘히 준비하면 설렘이 두려움을 압도하리라 믿는다.
정성은 콘텐츠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