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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 살아도 상추쌈 먹을 수 있겠네

입력 | 2020-03-16 03:00:00

지구서 기른 것만큼 영양분 풍부… 살모넬라 같은 병원균 발견 안돼
우주 비행사에게 식량 제공 가능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스티븐 스완슨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재배한 적색 로메인 상추를 살펴보고 있다. NASA 제공

2015년 개봉한 영화 ‘마션’에서 홀로 화성에 남겨진 주인공은 살아남기 위해 감자 재배에 도전한다. 화성 흙으로 밭을 일구고 자신의 배설물을 비료로 삼아 감자 수확에 성공한다. 이렇게 극한의 투쟁으로 살아남은 주인공은 지구와의 교신까지 성공해 지구로 무사 귀환한다. 실제 같은 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적색 로메인 상추를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인간이 지구가 아닌 빛과 중력이 없는 우주 환경에서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가꾸어 채소를 재배한 건 처음이다. 하지만 이 상추가 우주비행사들의 식량으로 이용될 수 있는지는 그간 규명되지 않았다. 재배에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곧바로 먹을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ISS에서 당시 재배한 ‘우주 상추’가 식용으로 적합한지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NASA의 케네디우주센터 식물학자인 크리스티나 코다다드 연구원은 이달 6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플랜트 사이언스’에 ISS에서 재배한 적색 로메인 상추를 실제로 먹을 수 있으며 영양분도 지구에서 기른 것만큼 충분하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공개했다. 우주 비행사에게 필요한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지금도 장기간 400km 상공의 ISS에 머무는 우주비행사들은 대부분 지구에서 가공된 뒤 진공 포장된 음식을 섭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2030년대를 목표로 추진되는 유인 화성 탐사에서는 현실적이지 못하다. 지구에서 평균 2억2500만 km 떨어져 있고 가는 데만 반년 이상 걸리는 화성에 주기적으로 다량의 식량을 보내긴 어렵기 때문이다. 또 식량을 보내도 장기간 보관하기 어렵다. 과학자들은 장기적으로 달과 화성에 인류가 본격적으로 거주하는 시대에 대비하려면 우주 환경에서 식재료를 직접 생산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구에서는 식물이 중력 방향으로 뿌리를 내린 땅에 물과 비료를 주면 되지만 중력이 아주 약하거나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는 재배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 뿌리가 아래로 자라기도, 물을 주기도 쉽지 않다. NASA 연구진은 ISS에서 식물을 재배하기 위해 ‘베지(Veggie)’라는 수경 재배장치를 제작했다. 이 장치에는 뿌리 주위에 물을 가두는 다공성 세라믹 점토가 들어 있다. 또 무중력 환경에서 물방울을 잎에 맺히게 한 뒤 표면장력을 이용해 물이 뿌리까지 닿는 원리로 수분을 공급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햇빛을 대체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썼다.

이렇게 재배한 적색 로메인 상추의 영양성분은 어떨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항산화 역할을 하는 페놀 화합물 성분이 지구에서 자란 식물만큼 충분히 함유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비타민과 칼륨, 나트륨, 아연 등 성분은 지구에서 자란 것보다 오히려 더 많았다.

안전성을 알아보기 위해 상추가 재배된 주변에 어떤 미생물이 살고 있는지 DNA를 분석한 결과 지구에서와 유사한 미생물들이 발견됐다. 작물을 위협하는 살모넬라와 같은 병원균도 발견되지 않았다. 코다다드 연구원은 “최소 3년 이상이 소요되는 유인 화성 탐사에서 우주 비행사들에게 안전하게 식량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향후 우주 식물 재배에 필요한 물과 영양분을 정확하게 컨트롤하기 위한 센서 기술과 양상추 외에도 토마토를 재배하는 방안, 먹고 남은 잎이나 줄기를 재활용하는 방법 등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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