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5~29세 쉬었음 인구 44만명…역대 최고치 20대 비중이 89%…일할 의지없는 니트족 증가세 "대기업은 언감생심…지표-현실 간 괴리 너무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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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특별한 구직 활동이나 취업 의지 없이 ‘그냥 쉬었다’고 답한 청년 인구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취업 시장에도 본격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양새다.
15일 통계청 집계(조사 기간 2월9~15일)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층 중 그냥 쉬었다고 답한 인구는 43만8000명이다. 월 기준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40만 명을 넘은 것은 2012년 2월(40만4000명)을 제외하면 지난달이 처음이었다. 2003년 1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20만 명대와 30만 명대 사이를 오가며 등락을 반복하던 이 수치는 지난달 비교적 큰 폭으로 늘어나 역대 최고치에 올랐다.
20대에서 증가 폭이 특히 컸다. 2월 기준 20~29세 쉬었음 인구는 39만1000명으로, 역시 집계 이래 가장 많았다. 지난 1월(35만5000명)에 이어 2월까지 두 달 연속 사상 최고치를 찍은 것이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9%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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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쉬었음 인구도 증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통계 당국은 분석한다. 그러나 이는 60대 이상 고령층에 해당하는 얘기일 가능성이 크다. 쉬었음 인구의 추이를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에서만 오름세가 뚜렷했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고령층 인구의 증가 속도만 더욱 빨라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탓에 청년층 인구는 급속도로 줄고 있다. 비경제활동인구의 규모만 봐도 1999년 600만 명대에서 2000년대 초반 400만 명대로 떨어졌다가 금융위기를 거치며 500만 명대로 올라선 뒤 2년여 전부터는 다시 줄기 시작해 400만 명대까지 내려앉았다.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규모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이 중에서도 노동 시장에 진입할 의지도 없이 그냥 쉰 인구는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을 위해 학원이나 기관, 또는 그 외의 곳을 다니고 있다고 답한 경우는 ‘취업준비자’로 묶인다. 지난달 전체 취업준비자는 77만 명으로, 1년 전(79만2000명)보다 2만2000명이 되레 줄었다. 체감 경기가 이미 좋지 않았던 가운데 연초부터 우리 사회를 마비시킨 코로나19 사태가 경제 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취업 자체를 포기하고 있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국내 주요 기업들의 공채 일정이 불확실하다. 농협을 제외한 국내 10대 그룹 중 포스코와 롯데그룹만이 예정대로 채용 일정을 진행 중이다. 통상 3월께 채용 접수를 시작했던 삼성그룹은 일정 연기를 검토 중이며 LG그룹은 이미 4월 이후로 미뤘다. 이밖에 현대차, GS그룹 등은 사실상 채용을 중단한 상태다. 경찰 등 각종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공무원 시험 일정을 속속 연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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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경제학회장을 역임한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층에겐 대기업 일자리는 언감생심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숙박·음식점업 등에서 아르바이트 일자리마저 줄고 있다”면서 “경기 부진에 계속해서 붕괴되던 자영업이 코로나19로 치명타를 맞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동향과장 역시 “그간 청년층 취업이 많이 이뤄져 왔던 숙박·음식점업에서 취업자로 묶이던 사람들이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공식 통계 지표와 노동 시장 현실 간의 괴리가 너무 크다”면서 “현실에 맞는 보조지표를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인구 고용률은 60.0%로 역대 최고 수준에 올랐고, 실업률은 2013년 이래 최저치인 4.1%를 보였다. 청년 실업률 역시 전년 대비 0.5%포인트(p) 하락한 9.0%를 나타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