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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우려에…재건축·재개발 조합 일정 줄줄이 연기

입력 | 2020-03-11 17:14:00


“이미 이주가 거의 완료됐다. 이주비 지원에 따른 이자 부담만 한달에 10억 원이 넘는다. 조합 총회 일정을 연기했는데, 언제 다시 잡을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양보열 대조1구역 재개발조합장)”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조합은 당초 19일 총회를 열어 사업비와 조합원 분양가 재산정 등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관할 구청으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총회 일정을 연기하라”는 행정지침을 받고, 총회 일정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상황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해 무산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8일 열 계획이었지만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부산 범천 1-1구역 재개발, 서울 강남구 삼성동98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 등 시공사 선정을 앞둔 전국 각지의 조합들도 줄줄이 일정을 미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총회를 연기하는 등 정비사업장에 여파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다음달 28일까지 입주자 모집공고(일반분양)를 진행한 사업장에 한해 분양가상한제(분상제)를 유예해주기로 하면서 이를 위해 사업 속도를 올리던 일부 조합들은 총회 재개 일정을 장담할 수 없어 노심초사하고 있다.

서울에서 분상제를 피할 가능성이 있는 단지는 대략 10여 곳이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막바지 분양가 확정 등을 위해 늦어도 4월 초에는 총회를 열어야 한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전국 지자체에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조합 총회 등의 행사를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내리면서 일정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 수색7구역은 당초 지난달 28일 총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이달 21일로 연기했고, 증산2구역 역시 이달 26일로 일정을 미뤘다.

조합원 수가 수천 명에 이르는 대형 사업장은 고민이 더 크다. 도시 및 주건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르면 조합 재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결정 사안은 조합원 20% 이상이 직접 출석한 총회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조합원 수만 5100여 명에 이르는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은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위한 총회를 이달 30일 진행할 예정인데 이때 1000명 이상의 조합원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이로 인해 총회 장소를 야외인 개포중학교 운동장에서 열기로 했다. 이 조합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총회를 열었다가 조합원 중 한 명이 확진자로 밝혀지면서 1500여 명의 조합원이 자가격리를 하기도 했다.

일부 조합은 일정을 강행하기도 한다. 서울 동작구 흑석3구역 재개발 조합은 일반분양가 확정을 위해 지난달 29일 총회를 열었다. 대신 총회장에는 열 감지기와 손소독제 등을 비치했다. 박정민 법무법인 로빈 변호사는 “조합원 직접 출석 규정은 도정법에 명시돼 있어 당장 바꾸긴 힘들 것”이라며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제 도입이 확산되는 것처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정비사업장에도 시대변화에 맞게 모바일 투표 등을 가능하도록 법령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동작구, 은평구 등 일부 지자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조합들의 원활한 사업 진행이 불가능한 만큼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이달 초 국토부에 요청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 변경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 추이와 조합들의 진행 상황 등을 모니터링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