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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이승훈 방패’ 정재원, 매스스타트 왕자로… ISU 월드컵 파이널 막판 대역전극

입력 | 2020-03-10 03:00:00

평창 ‘페이스메이커’서 일취월장
자기 페이스 지켜 국제대회 첫 우승… 시즌 3위 올라 엄천호와 경쟁체제




페이스메이커였던 정재원이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정재원은 9일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6차 대회 파이널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 환호하고 있는 정재원.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제공

‘2018 평창 페이스메이커’ 정재원(19·서울시청)이 성인무대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정재원은 9일 네덜란드 헤이렌베인 티알프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9∼2020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6차 대회 파이널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극적인 막판 질주로 금메달(7분47초06)을 목에 걸었다. 이 금메달로 월드컵 1∼6차 매스스타트 합계 462점을 얻은 정재원은 벨기에의 바르트 스빙스, 미국의 조이 맨티아에 이어 최종 3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정재원은 한때 매스스타트 세계 최강자였던 선배 이승훈의 파트너로 2017년 대표팀에 합류했다. 레이스 초중반 다른 나라 선수들의 힘을 빼는 동시에 ‘에이스’ 이승훈의 페이스를 조절해 주는 게 그의 역할이었다. 당시 고교생이던 정재원은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고, 이승훈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과정에서 “성적 지상주의 탓에 어린 선수만 희생을 강요당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정재원은 페이스메이커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선배들과 훈련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자신의 스타일로 만들어 갔다. 그리고 결국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매스스타트 입문 3년여 만에 성인 국제대회 금메달은 처음이다.

 제갈성렬 SBS 빙상해설위원(의정부시청 감독)은 “사실 금메달은 예상 못 했다. 그동안 다른 종목 훈련에 치중한 데다 부상 등으로 맘고생도 많았다”고 전했다. 제갈 위원은 “정재원이 시작부터 맨티아의 뒤에 바짝 붙은 채 체력을 안배하면서 막판 다른 선수들의 체력이 소진되는 순간을 기가 막히게 포착해 치고 나갔다. 맨티아가 현재 매스스타트에 대한 이해가 가장 빠르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재원이기에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사진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배 이승훈(오른쪽)과 얘기하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400m 트랙을 16바퀴 도는 매스스타트의 최근 추세는 초반부터 끝까지 모든 걸 쏟아붓는 것이다. 1년 전만 해도 8분대 초반 전후였던 1위 기록이 현재는 7분 40∼50초대다. 사실상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이 무의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정재원이 꾸준히 쇼트트랙 훈련을 했던 것도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제갈 위원은 “전체 구간에서 속도를 빠르게 유지하는 ‘스퍼트 지구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코너 구간에서 선수들 간의 충돌 변수까지 대처하기 위해 쇼트트랙 훈련은 필수”라며 “쇼트트랙 출신으로 정재원에 이어 최종 4위를 한 엄천호(28·스포츠토토)와 경쟁 체제를 갖추면 동반 상승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