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8일(현지시간) 하루 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500명 가까이 폭증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봉쇄조치를 내린 지역에서는 ‘엑소더스(대탈출)’이 나타나면서 이탈리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 봉쇄지역 주민 탈출 행렬
이탈리아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코로나19 확진자는 7375명으로 전날보다 1492명 늘었다. 증가추세로 볼 때 조만간 한국(7382명)보다 확진자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는 133명이 증가해 366명이 됐다. 이탈리아 정부가 전날 북부 롬바르디아주(州) 등 15개 지역에서 출입제한 행정명령을 발표해 해당 지역민 1600만 명이 사실상 격리 조치됐지만 급증세가 꺾이지 않았다.
밀라노의 한 바이러스 전문가는 “봉쇄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탈출하면서 (감염이 확산되는) 정반대 효과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남북 간 ‘지역갈등’마저 생기고 있다. 남부 에밀리아노의 푸글리아 미켈레 주지사는 “다시 뒤로 돌아라. 당신들이 바이러스를 운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곳곳에서 폭동마저 벌어지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이탈리아 정부가 교도소 면회를 금지하자 북부 볼로냐 인근 모데나 교도에서 폭동이 일어나 3명이 사망했다. 남부 파비아 교도소에서도 재소자들이 교도관 2명을 인질로 잡는 소동이 발생했다.
● 중국인 많고 정부 대응 부실
이탈리아에서 코로노19가 빠르게 확산되는 주 원인은 크게 △중국과의 교류 △이탈리아인 특유의 낙천적 성격 △사회 고령화가 꼽힌다. 여기에 이탈리아 당국의 미숙한 대응이 합쳐지면서 재앙이 초래됐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이탈리아인 특유의 낙천적이고 개인주의 성향은 악재로 작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까지도 북부지역 스키장이 붐비고 밀라노에서 선술집에서는 잔치가 열렸다. 정부의 경고에도 상당수 이탈리아인은 ‘내 생활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평소대로 했다”고 지적했다.
고령화도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이탈리아는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22.6%(2018년 기준)으로 일본 다음으로 많다. 면역력이 낮은 노인이 많다보니 확산이 더 급속히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의료시스템도 취약한 편이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과 교수는 “이탈리아는 의사와 간호사 수는 물론 의료 시설이나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허술한 대응은 피해를 키웠다. 이탈리아 당국은 아직도 최초 감염자인 ‘0번 환자’의 소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원석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초기 환자와 감염 경로를 알고 차단하는 조치들이 됐다면 감염 확산이 이렇게 빠르지 않았을 것”고 설명했다.
● 유럽·중동 확산세 이어져
이에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는 이탈리아 정부가 자국민의 유럽 여행을 금지하라고 요구했다. 오스트리아, 크로아티 아등은 이탈리아 경유자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NYT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 민주적이라고 자부해온 유럽 국가들이 폐쇄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 지역에선 이란에서 확진자 6566명이 발생했고 바레인(85명), 쿠웨이트(64명) 등에서 코로나19가 번지고 있다. 사망자는 이란 194명, 이집트 1명으로 집계됐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