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에 대한 생각/비 윌슨 지음·김하현 옮김/516쪽·1만7800원·어크로스
언제든 신선한 식재료를 구할 수 있지만 우리는 짭짤하고 달콤하며 기름진 음식에 어느 때보다 더 많이 노출돼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가디언과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음식 관련 글을 기고하는 역사가인 저자는 인류가 식량 부족의 시대를 지나 과식과 영양 부족이라는 정반대 상황에 맞닥뜨린 상황을 진단한다. 칼로리는 과도하게 섭취하면서도 오히려 건강에 필요한 영양소는 부족한, 마치 ‘설탕 범벅의 건강식 단백질 바’ 같은 모순적 현상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저자는 풍요 속 빈곤의 역사를 제2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에서 찾는다. 전 세계 정부는 많은 양의 식품을 생산하도록 보조금을 지급했고 이는 질보다는 양을 중시하는 유산으로 남았다. 이 보조금의 대부분이 농부들 대신 음식에 설탕과 감미료를 입히는 식품 가공업자들에게 돌아가면서 현재 인류는 어느 때보다 달고 기름지며, 극도로 가공된 식단에 길들여지게 됐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한국인의 식습관에 대한 조사다. 엄청난 사회 발전 속도에도 한국은 여전히 비슷한 수준으로 발전한 서구 사회와 비교해 채소의 섭취 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는 우리 식탁에 빠지지 않는 김치와 사회적으로 ‘신토불이’를 장려하는 문화 덕분이다. 그러나 이 역시 어디까지나 서구의 평균과 비교한 것일 뿐 한국 역시 비만과 당뇨, 심장질환을 가진 사람의 비율이 매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책장을 덮을 무렵에는 어린 시절 엄마가 정성껏 끓여낸 국 한 그릇과 갓 지은 잡곡밥이 간절해진다. 인류가 함께 겪는 이 공통의 ‘허기’는 무엇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책 말미 저자가 제안한 건강한 식사부터 먼저 실천해 보자. 단백질과 채소를 먼저 먹고 탄수화물을 나중에 먹자. 최대한 유행에 뒤처진 입맛을 갖추고, 귀와 입, 코로 재료를 느껴 보자. 우리가 먹고 있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