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25일 오전 당정청 협의회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공식화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송충현 경제부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당정청 협의회를 갖고 추경 편성을 공식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에 대한 큰 충격이 우려되자 연초부터 과감한 재정 투입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홍 부총리는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올해) 예산안 잉크가 다 마르지 않았다”, “기존 예산을 먼저 활용해야 한다”며 추경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주말을 전후해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자 태도를 바꿨다.
이에 각 부처는 추경으로 집행할 다양한 코로나19 대응 사업을 구상 중이다.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대구경북 지역에 대한 지원책과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지원, 일자리안정자금 확대 등이 추경 항목으로 거론되고 있다. 추경 편성은 야당에서도 적극 협조 의사를 밝힌 터라, 국회 통과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 규모도 10조∼15조 원 정도로 ‘슈퍼 추경’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추경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정부는 메르스 사태로 피해를 본 병·의원과 산업계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명목으로 약 11조6000억 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하지만 정작 메르스로 인한 피해 기업 지원과 경기 대응에는 이 중 고작 2조5000억 원이 쓰이는 데 그쳤다. 그 외 나머지엔 지자체의 각종 도로 건설, 지역 축제 등 여야 국회의원들의 민원성 쪽지 예산이 대거 포함됐다. 정작 본예산에서는 사업성이 떨어져 소위 ‘물을 먹은’ 예산들이 추경이라는 급행열차에 은근슬쩍 무임승차를 한 것이다. 이처럼 본래 목적을 벗어난 추경은 효과가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당시 추경을 통해 3%대 성장률을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그해 성장률은 2.8%에 그쳤다.
올해 한국 경제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출발했다. 과거의 구태를 또다시 반복하기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너무나 좋지 않다. 이번에야말로 정부와 국회가 합심해 제대로 된 추경을 편성해야 할 때다.
송충현 경제부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