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사모펀드에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 고조 ‘3자 연합’ 공세 속 직원 중심으로 내부 결속 다져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대한항공 사내게시판에 ‘한진칼 주식 10주 사기 운동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우호 지분 비율(38.26%)과 조현아 3자 연합 비율(37.08%)을 제시하며 회사가 투기세력에게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작성자는 직원들이 직접 한진칼 주식 10주씩 사서 3자 연합 세력의 공세를 막는데 보탬이 되자고 제안했다.
작성자는 “3자 연합이 적당히 차익이나 챙겨서 나가려는 그저 그런 투기꾼들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그런 정도가 아니다”며 “지속적으로 한진칼 주식을 사 모으고 있다는데 이러다 회사가 넘어갈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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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오로지 차익실현이 목적인 투기세력, 유휴자금 활용처를 찾던 건설사, 상속세도 못 낼 형편이었던 전 임원. 이들의 공통분모는 그저 돈일 뿐”이라며 “돈이면 다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이 회사에 온다면 이익을 위해 사람을 자르고 투자를 줄이고 미래 준비고 뭐고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작성자는 “없는 형편이지만 나부터 당장 좀 사려고 한다”며 “한 방울의 물이 모여 강물을 이루는 것처럼 큰 힘이 된다는 걸 한 번 보여주자”고 말했다. 이어 “IMF 당시 금 모으기 운동으로 나라 구하기에 동참했던 것처럼 직원들도 (회사 구하기를) 한 번 해보자”고 했다.
강성부 KCGI 대표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한진그룹은 자연스럽게 내부 결속이 다져지는 분위기다. 3자 연합 측이 조원태 체제를 강도 높게 비난했지만 대한항공과 한진, 한국공항 등 그룹 내 주요 노동조합을 비롯해 한진그룹 전직임원회는 3자 연합의 행보를 비판하며 조원태 회장 등 현 경영진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특히 3자 연합이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 후보로 내세운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도 조원태 회장을 지지한다며 이사 후보에서 사퇴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