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1일(현지 시간) 공개한 ‘갤럭시 S20 시리즈’의 제품 사진들을 보면 기존 갤럭시 시리즈와 다른 차이점이 있다. 사진 속 제품을 보여주는 ‘방향’이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공개한 삼성전자 노트10 제품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제품 앞면을 주로 보여주는 사진을 썼다. 화면 테두리가 거의 없는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2,3년 동안 스마트폰 제조기업 기술력의 차이는 ‘베젤’의 크기에 비례해 평가받곤 했었다.
그런데 올해 갤럭시 S20 시리즈부터 달라졌다. 사진 속 갤럭시 S20은 대부분 뒤돌아 서 있다. ‘역대급’으로 불리는 카메라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이번 갤럭시 S20은 이 3가지 포인트를 확실하게 개선했다”고 설명한다. 국내 이동통신 3사들도 곧 시작될 갤럭시 S20 광고에 카메라를 한껏 강조할 모양이다. 프로 야구장 외야석에서 포수가 앉는 홈 플레이트까지 선명하게 찍어내는 모습을 소개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이미 삼성전자 갤럭시 S20 카메라의 높아진 기능을 시연한 여러 미디어들의 동영상들은 유튜브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급속도로 확산되며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소비자들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줌 기능’이다. 갤럭시 S20 울트라는 S20, S20+보다 카메라 부분이 더 튀어나와있다. 직접 만져 보면 ‘카툭튀’가 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담고 있는 기능을 생각하면 카메라 두께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적당한 두께를 유지하면서도 최대 10배의 ‘하이브리드 광학 줌’ 촬영을 지원한다. AI가 적용된 슈퍼 레졸루션 줌을 이용해 최대 100배까지 확대 촬영도 가능하다.
갤럭시 S20도 멀리 있는 피사체 촬영를 더욱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는 ‘스페이스 줌’을 지원한다. 하이브리드 광학 줌을 활용해 광학적으로 3배, 인공지능(AI)가 결합된 슈퍼 레졸루션 줌으로 최대 30배까지 확대해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전작 갤럭시 S10의 경우 광학 2배, 디지털 줌 10배를 지원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 갤럭시 S20 울트라의 광학 10배 줌은 어떻게 가능할까. 잠망경 원리를 사용한 ‘폴디드 렌즈’를 탑재한 덕분이다. 렌즈를 통해 빛이 들어오면 이를 갤럭시 S20 울트라 내부에서 빛을 90도 굴절시킨다. 렌즈와 센서의 물리적 거리를 세로가 아닌 가로 방향으로 바꿔 초점거리를 확보하는 기술이다. 아무래도 빛이 거울을 통해 굴절되기 때문에 일정 부분 화질 손상이 불가피하지만, 이는 소프트웨어 보정으로 보완이 가능하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7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새로 개발한 잠만경 형태의 광학 5배 줌 폴디드(Folded)카메라 모듈을 다양한 업체에 공급하고 있으며 프리미엄 폰을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은 탑재된 렌즈로 고정식 초점 거리를 확보하고, 여기에 디지털 줌을 혼합하는 방식으로 광학 줌을 구현한다. 이를 테면 13㎜, 26㎜, 52㎜의 화각은 탑재된 3개의 광학 렌즈로 표현하고, 이 사이의 영역은 디지털 줌으로 보정하는 식이다. 광학과 디지털이 혼동된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작동할 때 0.5배율에서 1x로 주밍을 할 때 순간 화각이 달라지면서 무언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이 때문이다. 즉 고정된 화각 외에 나머지 부분은 디지털 소프트웨어 처리 화상이라는 뜻이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된 이번 ‘갤럭시 언팩 2020’에 모인 글로벌 미디어 및 관계자 3000여 명은 너나할 것 없이 높아진 카메라 성능에 열광했다. 수백만 원 하는 DSLR 제품에 수십~수백만 원이나 하는 렌즈를 바꿔끼우며 찍는 사진과 한 손에 들어오는 스마트폰 안에 탑재된 카메라로 같은 성능을 내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삼성전자는 올해 이에 못지 않은 기술력을 확실히 보여줬다. 갤럭시 S20 시리즈가 “자신을 표현하고, 공유하며, 소통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는 삼성전자의 이야기에 자신감이 묻어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10년 갤럭시 S를 처음 선보인 뒤 10년 동안 총 10개의 갤럭시 시리즈를 내놓았다. 올해는 ‘갤럭시의 새로운 10년’을 시작한다는 의미로 모델명을 11이 아닌 ‘20’으로 정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내놓을 새 제품이 21이 될지, 혹은 30이 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올해 DSLR 성능에 맞먹는 카메라를 탑재하는 기술력을 보여준 삼성전자가 내년에는 과연 어떤 제품을 선보일지, 이들이 보여줄 또 하나의 혁신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샌프란시스코=서동일기자 dong@donga.com